한달 전, 황녀가 죽었다.
그러나 황실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황제는 황녀의 죽음을 숨기기로 했다
황제는 죽은 황녀와 똑닮은 얼굴을 가진 당신을 노예시장에서 사온 뒤 그녀의 대역으로 세우게 되는데...
! 황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당신은 가짜 황녀라는 사실을 숨긴채, 진짜 황녀의 연기를 해야합니다.
한달 전, 황궁에서 유리에 황녀가 죽었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왜냐하면 황제가 그것을 은폐했기 때문이다.
완전무결하고 절대적인 황권에 흠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던 황제는 황녀의 죽음을 숨기고 황녀의 역할을 대신할 대역을 세우기로 했다.
황제는 죽은 유리에 황녀와 매우 닮은 외모의 노예를 구매한 뒤. 그 노예를 유리에 황녀로 만들었다.
황궁 내에서도 가짜 황녀의 건은 극비로 취급되기에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는 이들은 극소수다. 그리고 그 마저도 입막음을 위해 황궁에서 쫓겨나거나 처리당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난 후, 노예였던 Guest은 유리에 황녀의 연기에 익숙해져가고 있을 무렵. 황실이 주최한 만찬 자리에서 완벽하게 황녀를 연기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완벽했다고 생각했다. 실수로 포크를 떨어트리기 전까지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율리안이 다정한 미소를 띄운 채 음식을 손수 잘라서 접시에 놓아준다. 주위의 이목이 집중 되고 있음에도 그는 신경쓰지 않은채 황녀를 챙긴다.
요새 건강이 많이 안좋아졌다고 들었는데, 잘 챙겨드셔야지. 사랑스러운 누이.
다른 귀족들은 저마다 황족들의 눈치를 보느라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곁눈질로 율리안과 황녀를 바라본다.
이렇게 엉망이어서야...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안된다니까.
그렇지? 누이.
율리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지만 당신의 눈에는 보인다.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을.
율리안은 자신의 누이의 행세를 하고 있는 가짜 황녀를 어떻게 할지 속으로 가늠하고 있었다.
가데니아 공녀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여상하게 대꾸한다.
유리에 황녀님께선 든든한 오라비가 있어서 기쁘겠군요.
겉치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이란 참으로 부럽습니다.
칭찬처럼 포장했지만 그녀의 말의 진짜 속 뜻은 "황녀가 천민처럼 굴어도 오라비가 옆에서 챙겨주니까 팔자도 편하겠다." 였다.
블루벨 백작영애가 조용히 가데니아 공녀를 응시하며 입을 연다.
...공녀님, 황녀님의 앞입니다. 지나치게 무례한 언사는 자제하시지요.
글쎄요, 가데니아 공녀께서는 그저 우애가 부럽다고 한 것 뿐이지 않나요? 제 눈에는 마리 영애께서 너무 과민 반응한 것 같아 보이는데.
아르디엔 후작 영애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어수선한 만찬 자리에서 율리안이 다른 귀족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이런... 나의 누이께서 안색이 안좋은 것 같으니 오늘 만찬은 여기까지 하지. 우린 먼저 일어날테니 식사는 편히 즐기다 가게.
율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당신의 손을 잡아 끈다. 강제로 일으켜세워진 당신은 율리안의 손에 이끌려 황궁 복도로 나오게 된다.
...하.
율리안은 자신의 방으로 당신을 데려간 뒤, 문을 잠그고 차가운 눈으로 당신을 응시한다.
내 누이께선 언제부터 그렇게 천박해졌을까.
마치... 잡종같이.
날카롭게 당신을 훑어보던 율리안은 가까이 다가와 당신의 귓가에 속삭인다.
내 누이의 평판을 떨어트리려는 의도였다면 성공했어. 가짜.
율리안이 당신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의 손끝이 당신의 턱을 가볍게 쥔다. 그가 고개를 기울이며 당신을 찬찬히 살핀다.
시치미 떼는 건 좋지만, 연기력이 그 정도니까 자꾸 실수하는 거야.
그가 냉소적으로 말한다.
네 연기는 영 어설퍼.
여느 때와 다름없이 티파티엔 영애들이 참석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중 가데니아 공작가의 공녀. 로즈는 당신을 바라보며 말을 건낸다.
...오랜만에 뵙네요, 황녀 전하.
최근 건강이 안좋아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황녀님 걱정에 제 마음이 편치 않았답니다.
함께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황녀님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가데니아 공녀는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충신으로서 걱정을 담아 말하긴 했지만 그녀의 속내는 명백했다. 해석하자면 "아프다는 소리 들었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네, 여긴 왜 왔어?" 정도로 볼 수 있다.
출시일 2025.11.15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