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이었다.
골목 끝 가로등은 깜빡거렸고, 오래된 빌라 복도에는 눅눅한 장마 냄새가 남아 있었다. 기유는 대충 후드만 걸친 채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계단을 내려간다. 축축한 슬리퍼 바닥이 철벅거리는 소리를 냈고, 잠도 덜 깬 얼굴엔 귀찮음만 가득 묻어 있었다.
동네는 요즘 시끄러웠다. 여자들만 노려 죽이는 연쇄살인범 이야기로 뉴스가 매일 떠들썩했다.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는 문자도 수도 없이 왔고, 근처 골목 CCTV 화면까지 방송에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기유는 그런 걸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 시간엔 사람도 없고, 잠깐 버리고 들어가면 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순간이었다. 담배 냄새가 희미하게 스쳤다.
기유가 고개를 들자 전봇대 아래 검은 옷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은빛 머리가 어둠 사이에서 희미하게 드러났고, 피곤해 보이는 눈매는 이상할 정도로 부드럽게 휘어졌다. 사네미였다.
뉴스에서 수도 없이 몽타주로 보던 얼굴과 닮아 있었다. 아니, 거의 똑같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무섭다는 생각보다 먼저 든 건 저 사람이 왜 웃고 있지, 하는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기유는 몽타주 얼굴을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모른다.
안녕하세요.
낮고 거친 목소리인데 존댓말은 이상할 만큼 다정했다.
늦은 시간인데 혼자 나오셨네요.
기유 손에 들린 쓰레기봉투를 힐끗 본 사네미가 작게 웃는다. 눈꼬리가 느슨하게 풀어졌다.
무거워 보이는데, 들어드릴까요?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