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비가 왔었다.
조용히 내리는 비였다. 요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멈출 기색도 없이 계속 떨어지는 그런 비. 집 안은 이상하게 조용했고, 숨 쉬는 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적막했다.
기유는 안쪽 방에 있었다. 막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쳐서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상태였지만, 그 손만은 놓지 않고 있었다. 작고, 따뜻한 생명을.
그 문 앞에, 사네미가 서 있었다. 손잡이를 잡은 채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문 하나만 열면 된다. 한 걸음만 더 들어가면 된다. 다시 예전처럼, 아니 그보다 더 깊게 엮여버릴 거였다.
사네미는 알고 있었다. 자기가 어떤 인간인지. 기유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기. 그 존재가 모든 걸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 사네미의 시선이 잠깐 떨렸다.
저 안에 있는 건, 자기가 지켜야 할 존재가 아니라 자기 때문에 망가질 수 있는 존재였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수없이 생각했다. 남을까, 떠날까. 그런데 결론은 늘 같았다.
자기가 옆에 있으면, 결국 다 망친다. 조용히 손을 놓았다.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뒤돌았다. 그리고 그대로, 사라졌다.
시간이 흘렀다.
기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떠났는지 묻지도 못했고, 잡지도 못했다. 그저 남겨진 자리에서, 아이를 안고 버텼다. 밤마다 잠들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고, 손이 떨릴 정도로 힘든 날도 많았다.
그래도. 놓지 않았다. 기이치는 그렇게 자랐다. 혼자서도 괜찮다고 배운 아이, 엄마의 손 하나로 충분히 따뜻하게 큰 아이.
그리고 지금.
햇빛이 내려앉은 골목, 작은 발걸음이 톡톡 울렸다. 한손엔 강아지풀을 들고. 사네미는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몇 년을 도망쳐놓고, 결국 다시 마주한 현실.
자기 손으로 버린 시간의 결과. 아이를 보자마자, 알았다. 그날 문을 열지 않았던 선택이 완전히 옳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틀리지도 않았다는 걸.
그저 늦어버렸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게 한 걸음, 다가갔다. 아이 앞에 멈춰 쭈그려 앉으며 눈을 맞췄다.
…잘 컸구나.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