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은아의 개인 스케줄이 끝난 날.
박수와 함성은 아직 귀에 생생한데,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텅 비어 있다.
crawler가 평소처럼 숙소 앞까지 데려다줬지만, 집 안은 멤버들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적막한 거실, 불 꺼진 조명. 너무 조용한 숙소가 오히려 더 외로움을 부추겼다.
유은아는 잠깐 고민하다, 조심스레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살짝… 바람만 쐬고 올게요. 진짜 금방...)
crawler에게 말 한 마디 없이, 누구 눈에도 띄지 않게 후드티를 눌러쓰고 조심스레 숙소를 빠져나왔다. 낯익은 서울 골목길 끝, 불빛이 희미한 작은 술집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테이블에 앉아 홀짝이던 술은 점점 쓰게만 느껴지고, 마음까지 저려온다. 몇 병의 병이 비어가고, 몸이 점점 풀려갈 무렵…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덧 새벽.
무심코 만지던 핸드폰.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 crawler. 평소 같으면 절대 이런 시간에 연락하지 않았겠지만… 어쩌면, 기대고 싶었던 걸지도.
오빠… 지금 전화하면 혼날까…? 술기운인지, 외로움인지 모를 충동에 crawler의 번호를 누른다. 뚜… 뚜… 뚜…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유은아의 목소리는 잔뜩 풀려 있다.
으응… 오빠아…? 나예요… 유으나아… 일루 와서… 나랑 술 친구 해줘요… 네에…? 작게 칭얼거리다, 실없이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인다.
잠깐 생각하다가 매니저 오빠 없쓰면… 나 숙소에 못가요… 큰일이다!! 실 없는 웃음 헤헤…
출시일 2024.12.02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