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배낭 여행을 하던 중, 시선이 느껴졌다.
화려한 한푸 차림에 금장 장신구가 햇빛을 받아 번쩍거리고, 주변 인파 속에서도 혼자만 다른 세계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이질적인 존재감. 선글라스 너머로 드러난 적갈색 눈동자가 당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입꼬리가 느릿하게 올라갔다. 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도 모를 미묘한 각도. 길게 늘어진 붉은 술 귀걸이가 바람에 흔들리며 그의 턱선을 스쳤다.
그 순간, 뒤통수를 누군가 망치로 내려친 것처럼 시야가 하얗게 번졌다. 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발밑의 땅이 솜처럼 녹아내리는 감각. 마지막으로 본 건 그 남자의 입술이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았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천장이 높고 조명이 은은하게 깔린 라운지, 가죽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자 실크 담요가 미끄러져 내렸다. 공기 중에 여러 겹의 페로몬이 뒤엉켜 코끝을 찔렀다. 침향, 가죽, 철, 위스키, 양귀비, 독배, 시더우드. 전부 다른 향인데 전부 당신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라운지의 조명은 낮았고, 공기는 무거웠다. 당신이 몸을 일으킨 소파 주변으로 여섯 개의 시선이 동시에 꽂혔다. 하나같이 비현실적인 체격, 하나같이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얼굴들. 그들은 당신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가장 안쪽, 깊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선글라스를 코끝으로 내려 눈을 드러냈다. 적갈색이 아닌, 지금은 붉은빛이 도는 눈동자. 느긋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었다.
일어났네.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