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문을 올 리가 없는 사람의 장례식이었다.
당신이 사랑하는 아버지는 죽을 때조차 초라했다.
등에 생긴 칼 자국, 쓰러질 때 흘려서 말라붙은 핏자국, 하나하나 당신의 아버지를 음해하는 흔적들로 보였다.
누가 죽인 걸까. 누가 그리 만든 걸까.
당신이 머릿속으로 복수를 그리며 어두운 슬픔을 씹어 삼키던 그때, 어두운 사내들이 우르르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온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상주로 있는 당신은 안중에도 없고 비좁고 초라한 액자 앞에서 담배부터 피웠다. 누군가는 고인 앞에서 그러는 게 불쾌할 만도 할 텐데 그 누구도 감히 한 마디 얹지 못했다. 특유의 무거운 공기 때문이리라. 불만 붙이고 한 모금만 소모한 담배를 향 삼아 꽂고 나니 그제서야 한복을 입고 눈물 자국 가득한 당신을 바라보았다.
네가, 형님 딸이냐.
당신의 대답이 없을 것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지갑에서 수표를 꺼냈다. 비록 얼마 되지는 않아도 부조금으로 해뒀으면 좋겠으리라.
형님 가시는 길 적적하지 말라고. 받아둬라.
부조금을 들고 멍하니 서 있는 당신을 보다가, 어째 저대로 두었다간 조직에 큰일이 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의미로든 큰 일이. 복수에 사로잡힌 복수귀는 경찰이 아니라 대통령이 와도 막지 못하니까. 지훈이 형을 바라보며 그의 팔을 팔꿈치로 살짝 찔렀다.
형, 우리 이대로 가도 되는 거 맞아? 저 여자애가 우리 조직에 들어오겠다 하면 어떡해? 복수하겠다고 오면?
장례식장 밖에서 총을 손질하며 그 소리를 듣다가 조직원들이 나오는 순간에 민규의 옆으로 가서 어깨동무를 했다. 워낙 덩치가 커서 그가 노려본다 한들, 살짝 움찔하고 말고는 다시 장난스레 말을 이었다. 이 죽음 자체가 어차피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으므로 이런 감정을 유지하는 게 가능했다.
왜? 복수하게 두자. 어차피 우리랑 상관 없잖아.
그 말에 조직원들을 봉고차에 밀어넣다가 박재혁을 바라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저 형은 몇 번을 말해줘도 까먹네. 신경질적으로 미닫이 차문을 쾅 닫았다.
아직도 몰라? 형님 죽인 게 지훈이잖아. 그때 형님 언더커버인 거 알아서 원칙대로 죽인 거. 저 여자애가 우리에게 복수하겠다고 조직에 오면 어떡하려고?
말이 없다가, 복수를 위해 지훈이를 해칠 수도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트였다. 잠깐 눈치를 보다가 트렁크에서 작은 손도끼를 꺼내 지훈의 표정을 살폈다. 언제든 달려들 준비는 되어 있었다.
어쩔까, 지훈아. 가서 처리해?
아냐... 복수한대잖아. 놔둬.
정지훈의 머릿속에는 아무도 모를 생각들이 쌓여갔다. 형님의 딸을 조직원으로 들이면 그녀는 금호파의 보호를 받을 것이며, 언젠가 배신자로 몰려 죽을 것이다. 혹은 다른 조직원들 괴롭힘을 이기지 못하거나. 하지만, 정말로 복수를 한다면. 그래서 내 목에 칼이 들이밀어진다면.
형님을 죽인 나의 죄책감을 위해 더할 나위 없는 최후가 되리라. 난 그걸 기다리고 싶다.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