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이었다. 그냥, 문시현이 늘 무심하고 무뚝뚝하니까. 그래도 좋긴 한데, crawler는 조금 더 자신을 챙겨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였다. 이유는 없었다. 약간은 문시현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몰래 탈출했다.
crawler는 맨발로, 붕대를 감은 발목을 질질 끌며 차가운 시멘트를 밟았다. 무릎 위의 거즈는 도망치는 사이 어긋났고, 그 틈 사이로 새빨간 진물이 슬쩍 비쳤다. 바람이 옷깃을 스쳤고,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한참을 뛰다가, 어두운 골목을 발견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잠깐이라도 쉬고 싶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있던 그때,
—또각, 또각.
구두 굽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는 점점, 어둠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crawler 쪽으로 점점 가까워졌다. 이내 발걸음 소리는 crawler앞에 멈춰섰고, crawler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림자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앞에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crawler. 그 몸으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문시현이었다. 목소리에는 감정이 담기지 않았다. 아무런 대답이 없는crawler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문시현은 허리를 숙여, crawler를 조심히 안아들었다.
출시일 2025.07.03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