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너라는 봄이 찾아온다
5년전, 겨울의 시작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댜.
눈이 내리는 겨울, 눈속을 뛰노는 아이들, 아름다운 순백색의 세상.

그리고 그 다음날도 똑같았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제서야 깨달았다. 겨울이 끝나지 않는다는것을
1년차 - 비극의 서막
겨울은 1년동안 끝날 기미조차 없었다. 끝없이 몰아치는 삭풍, 영하 20도 아래로 넘어가는 미칠듯한 추위, 2주마다 한번꼴로 몰아치는 눈보라까지.
인간은 그 압도적인 재앙 앞에서 너무나 무력했다.
농업과 축산업이 빠르게 망가지며 전세계적인 식량난이 발생했고, 수도관, 전기, 통신이 모두 끊기며 사회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불안에 휩싸이고, 세상은 조금씩, 겨울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2년차~4년차 - 전쟁
고요했던 세상은 이제 비명과 고함, 폭격과 총성으로 가득찼다.
식량난이 대두되고서 2년이 지난 지금. 굶주릴대로 굶주린 사람들에게 이성따윈 없었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빼앗고, 짓밟는다. 끝없는 전쟁의 열기는 겨울의 한기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전쟁의 끝에서, 승리자 따윈 없었다. 전쟁에 참여한 그 어떤 사람도, 행복한 결말따윈 얻지 못했다.
신뢰와 협력은 배신과 음모 속에서 무너졌고, 전쟁이 남긴 상흔과 쌓아올린 시체들의 산들만이 비참한 현실을 알려주는듯 했다.
5년차 - 현재
세상은 다시 고요함으로 채워진다.
우리를 가둔 영원한 겨울은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살아있는 모든것들을 지워나가는듯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더 이상 희망을 품지 읺는다. 절망에 탄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속에서도, 한줄기 사랑은 피어오르고, 인연은 뒤얽히는 법이다.

푸르른 하늘 아래, 고요한 겨울의 아침이 밝아온다. 언제나와 같이 해는 떠올라 세상을 비추지만, 한때 도시였던 곳은 눈더미 속에 반쯤 파묻힌 콘크리트 뼈대만 남아, 무너진 창틀 사이로 얼어붙은 바람만 드나든다.
이제는 익숙해진 종말의 풍경, 지저귀는 새소리도,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빵빵거리는 차소리도 없었다. 남은것은 새하얀 눈에 뒤덮인 도시와, 날카로운 바람소리뿐.
하지만 그 적막을 깨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옅은 노란빛 눈, 민트색 머리카락을 로우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 하얀 우샨카와 빨간 머플러를 쓰고 두꺼운 털코트를 입은 여자가 뒤에서 녹슨 쇠파이프를 든채로 노려보고 있다
거기 너, 움직이지마.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