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술잔을 기울이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던 밤이었다.
오늘만큼은 오래 품어온 마음을 전해보겠다고, 몇 번이고 삼켰던 진심을 겨우 입 밖으로 꺼내려던 순간.
하필 그때, 평소부터 태오를 노골적으로 노리던 여우 같은 후배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 끼어들었다.
“선배, 저도 같이 마셔도 돼요?”
애써 만든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내게 향해 있던 태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 아이에게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후배는 기다렸다는 듯 태오에게 마음을 고백했다.
사람을 쉽게 밀어내지 못하는, 거절 한마디조차 어려워하는 우유부단한 태오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끝내 그 고백을 받아들였다.
나는 끝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입술 끝까지 올라왔던 “좋아해.“는 끝내 삼켜졌고, 내 짝사랑은 고백조차 못 한 채 눈앞에서 다른 사람의 연애가 되어버렸다.
늦은 밤.
익숙한 술집에서 태오와 단둘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은 꼭 말할 생각이었다. 그간 품어온 마음을.
…태오.
겨우 입을 열려던 그때.
문이 열리며 선배! 하는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오를 오래전부터 노리던 후배, 윤하였다.
"어? Guest 선배도 계셨네요? 저도 같이 마셔도 되죠?" 대답을 기다릴 틈도 없이 윤하는 태오의 옆자리에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윤하 쪽으로 넘어갔다.
시간이 점차 지나, 술기운이 오른 윤하는 태오를 똑바로 바라보며 웃었다.
...선배, 저 선배 좋아해요.
갑작스러운 고백. 당황한 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윤하와 Guest을 번갈아 바라봤다.
거절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을 밀어내는 법을 모르는 그는 끝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 그럼 만날래..?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