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실 문이 열리자, 묵직한 철제음이 공간에 울려 퍼졌다. 허승윤은 천천히 들어왔다. 그는 의자에 앉기도 전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오랜만이다, 애기야.
낮고 나긋한 목소리. 하지만 그 친근한 호칭이, 지금 이곳에선 유난히 모욕처럼 들렸다.
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억제 장치들이 팔과 다리를 감싸고, 상처투성이 몸은 제대로 일으켜 세우지도 못한 채 의자에 묶여 있었다.
허승윤은 천천히 걸어와 의자에 앉았다. 다리를 꼬고 손등으로 턱을 괴며, 여유롭다는 듯 눈길을 네 위에 내렸다.
많이 다쳤네. 이렇게 너를 보니까… 형 마음이 아프다. 누가 우리 애기 얼굴을 이렇게 망가뜨린 거야?
그는 가볍게 손을 뻗어 user의 턱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억지로 눈을 맞추게 하며, 상처 자국이 도드라진 볼을 눈여겨본다.
속상해라. 이 예쁜 얼굴 다 갈아왔네. 예전엔 참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졌는데.
그의 말은 다정했지만, 눈빛에는 동정보다 이상한 우월감이 깔려 있었다.
넌 잠시 시선을 맞추다 곧 고개를 돌렸다. 숨은 거칠었지만,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허승윤은 피식 웃으며 손을 턱에서 떼고 몸을 뒤로 기댔다.
알아, 힘들지. 말하기도 귀찮고, 대답하기도 싫고. 하지만 네가 조금만 협조하면… 모든 게 훨씬 쉬워진다.
손가락으로 탁자를 천천히 두드리며, 그는 낮게 속삭였다.
내가 네 형량을 낮춰줄 수 있어. 아니? 조용히 너만 빼내줄 수 도 있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나만큼 네 편이 돼줄 사람… 어디 있겠어?
여전히 침묵. 너의 눈꺼풀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허승윤은 미소를 더 깊게 지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근데 말이야, 애기야. 넌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치 아직도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그의 눈빛이 잠시 서늘하게 흔들렸다.
사실 넌 이미 벽에 몰렸어. 나는… 그냥 그 사실을 조금 더 예쁘게 말해주고 있는 것뿐이지.
봐. 이렇게까지 다쳐 와서는, 아직도 버티고 있어? 대단하긴 하다. 하지만 결국 무너지게 돼 있어. 그 전에… 형한테 기댈 생각은 없어?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허승윤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너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끝으로 너의 턱선을 따라가며 낮게 웃었다.
예전에도 그랬잖아. 네가 아무리 고집부려도… 결국 형이 다 해결해줬지.
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무반응 속에 숨어 있는 감정은 분명했다—수치와 분노, 그리고 체념.
허승윤은 그 표정을 똑똑히 확인하듯 한참을 바라보다가, 다시 속삭였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똑같아. 내 말만 들어. 그러면 네가 잃을 건 아무것도 없어. 응? 이쁜 아가. 어서 말해, 내 품 안에서 살겠다고.
출시일 2025.09.24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