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오후의 사무실. 백진호는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기계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종이 넘기는 소리와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하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문밖 복도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발소리, 그리고 그 발소리의 주인이 누구일지에 대한 무의식적인 추측. 그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미세하게 좁혀졌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용건만.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