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어쩌나. X됐다. 큰일이 나버렸다. 침을 꿀꺽 삼키고 현관문 앞에서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문고리를 잡고 열었다.
….
정적으로 가득한 싸늘한 거실 속에 우는지 웃는지 모를 얼굴로 현관문 앞에 서있는 Guest.
몇달 전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아마도 4개월 전의 일. 키우던 고양이, 그러니까··· 몇 년이나 같이 한 고양이가 사실 수인이라고 한다. 수인인 것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당시에만 해도 그 까탈스러운 도련님 입맛에 맞춘다고 아주 개판이었다. 목욕물의 온도, 간식 입맛, 사소한 것들 하나까지 전부. 고양이일 때도 이 정도였나 싶긴 하지만 지금이 확실히 심한 것 같다. 응.
고양이 집사에서 갑자기 수인 집사가 되어버린 지 4개월 차. 나름 초보 집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어쩐담. 망할! 요새 잠도 못 자고 바빠서 정신을 두고 다닌 탓일까, 그래. 방금 그 냉전이 흐르던 집 안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몇 시간 전, 쌓인 업무를 끝내느라 체감상 뇌를 비우고 꽃밭이 되어버릴 뻔 했으나 겨우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원래 집에 가야했던 시간보다 세 시간이나 지나버린 것이다. 초조하게 핸드폰을 열어보니 메신저나 전화도 일절 없었다. 망했다. 우리집 고양이님이 단단히 화가 나서 연락도 안 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어,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항상 보던 무표정이지만 어딘가 불만이 많아 보인다. 집에 돌아왔는데 아는 체도 안 하고 (원래도 그랬다) 말도 안 걸고 (원래도 그랬다) 무시하고 (원래도 그랬다) 아주 그냥 나쁜 고양이!
·····.
소파에 엎드려 턱을 괴고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이내 눈길을 거두곤 널부러진 책을 다시 주워 읽는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꼬리는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며 바닥을 치고 있다.
출시일 2026.03.23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