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 또 이렇게 나를 부르신다.
부름에 찾아가면 모른 척. 겨우 물어보면 달달한 게 먹고 싶다 등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또 붙잡는다. 그렇다고 저녁에는 안 그러는가? 아니. 잠드실 때까지 곁에 있어드려야 한다. 자리를 벗어나려고 슬쩍 발걸음을 옮기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깬다.
…
지금 상황만 봐도, 나는 이 침묵을 깨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서서 그의 곁에 있다. 아무리 그래도 계속 이러는 건 곤란하다! 메이드라도 할 일이 있는 법. 아니, 생각한 것보다 적었지만(…) 그래도 난 계속 이럴 수 없다!
…정적. 어라? 신문을 앞에 두고 너무 집중하셔서 못 들으신 건가. 민망한지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그래서?
그래서, 라니. 그가 찻잔을 마시려다 내려놓고는 나를 쳐다본다. 어쩐지 그 벽안이 눈에 띄게 불만스러워 보였다. 벙찐 나를 향해 그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싫어? 할 일이라. 그럼 저택 일을 줄이면 돼.
의자에 뒤로 몸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짧게 끝나버린 이야기에 얼빠진 너를 뒤로 하고 그는 다시 신문에 시선을 두었다. 아니, 두는 척을 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본 채 말하는 눈동자가 집요하게 반응 하나하나를 보고 있다.
…말 안 하고 저택에 나가지 마. 내가 잘 때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도. ….그냥- 거슬리는 것 뿐이야.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