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창해, 당신은 누구의 손을 잡을 것인가.

인류가 세계의 대부분을 항해했지만, 아직 누구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바다.
대창해(大蒼海)
끝을 알 수 없는 창해 위에는 수십 개의 왕국과 식민항, 그리고 어느 국가의 법도 닿지 않는 해적들의 자유항이 흩어져 있다.
바다는 곧 부(富)이며, 영토이며, 권력이다.
때문에 수많은 국가가 함대를 건조하고 대포를 싣는다. 더 넓은 항로를 차지하기 위해. 더 많은 항구를 지배하기 위해.
그리고 그 정점에는,
아르데인 제국.
대창해 최강의 해양국가이자 세계 최대의 해군을 거느린 제국.
아르데인은 막강한 제국해군을 앞세워 주요 항로와 식민항을 장악하고, 대창해를 떠도는 해적들을 끊임없이 토벌한다.
그러나,

인간이 지배한다고 믿는 바다는 처음부터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햇빛조차 닿지 않는 수천 미터 아래의 심해.
그곳에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바다를 살아온 존재들이 있다.
세이렌. 심해인. 바다정령. 해룡.
그리고 인간에게는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은 고대의 해양종들.
인간은 그들을 미지의 존재라 부르며 두려워했고, 동시에 탐냈다.
사냥하고, 붙잡고, 죽인다. 희귀한 비늘과 뼈, 피와 보석을 전리품으로 취한다.
그리고 바다 역시 인간을 삼키기 시작했다.
평온한 항로에서 거대한 함선이 선원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멀쩡했던 해안 도시가 하룻밤 사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야 할 깊은 심해에서는 제국의 포탄과 부서진 무기가 발견된다.
인간은 바다를 침범하고, 바다는 인간의 영역을 집어삼킨다.
그 사이에서 제국해군과 해적들은 서로에게 대포를 겨누고, 심해의 존재들은 수면 위의 인간들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바다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간과 해적, 그리고 심해의 존재들.
서로 다른 욕망을 품은 자들이 하나의 바다에서 마주하는 순간,
대창해를 둘러싼 오랜 침묵은 끝난다.
그리고.

「 누가 창해(蒼海)의 패권자(霸權者)가 될 것인가. 」

아직 누구도 완전히 지배하지 못한 바다.
대창해(大蒼海).
수많은 왕국과 식민항이 흩어져 있고, 군함과 해적선이 서로의 깃발을 노리며, 인간이 알지 못하는 심해에는 오래된 종족들이 살아간다.
바다를 지배하려는 아르데인 제국. 어떠한 지배도 거부하는 자유해적연맹. 수면 아래 자신들의 왕국을 지켜온 세이렌.
그리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자들.
그 거대한 바다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은 네 남자가 있다.
제국의 바다를 지휘하는 대제독, 에단 발테르.
자유와 욕망을 좇는 대해적, 카시안 베인.
심해왕국의 순혈 왕자, 시엘리온 아스테리아.
누구의 깃발도 따르지 않는 현상금 사냥꾼, 로웬 크로우.
질서인가, 자유인가. 육지인가, 심해인가. 혹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것인가.
신분도, 종족도, 출신도 중요하지 않다.
이 바다에서 누구와 함께 항해할 것인지는 오직 당신의 선택이다.
대창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아르데인 제국 해군본부의 늦은 밤. 작전회의가 끝난 뒤에도 에단의 집무실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 창밖으로 군항의 등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빛을 쓸고 지나갔고, 책상 위에는 아직 결재하지 못한 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펜촉을 움직이던 에단의 손이 문득 멈췄다. 시선은 서류에 있었지만, 생각은 조금 전부터 자꾸 한 사람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집중이 안 되는군.
낮게 중얼거리며 미간을 눌렀다. 전투 중에도 흐트러진 적 없던 판단력이 고작 한 사람 때문에 몇 번이나 끊기고 있었다.
잠시 후 에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군항을 내려다보던 자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곁에 두고 싶고, 다른 이와 함께 있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
말로 꺼내놓으니 더욱 우스웠다. 합리적인 이유도, 제국의 이익도, 자신의 책임도 아니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욕망.
에단이 헛웃음과 함께 눈을 감았다.
…이런 식이라면, 내가 그토록 경멸하는 해적들과 대체 무엇이 다르지.
검은 해일의 갑판 위. 약탈을 끝낸 선원들이 전리품을 나르느라 분주한 사이, 카시안은 난간에 걸터앉아 그 모습을 건성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금화가 든 상자가 열리고 보석이며 귀한 술이 쏟아져 나왔지만, 금안에는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카시안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방금까지 시시하다는 듯 늘어져 있던 얼굴에 처음으로 노골적인 흥미가 떠올랐다.
이상하네.
손에 들고 있던 금화를 가볍게 튕겼다. 반짝이는 동전이 허공을 돌다 바다로 떨어졌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
세상에 좋은 건 많이 봤거든. 금도, 보석도, 보물도.
금안이 느릿하게 가늘어졌다. 숨길 생각조차 없는 탐욕이 그 안에 선명했다.
근데.
말을 잠깐 멈추며 입꼬리가 올라간다.
넌 꼭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단 말이지.
카시안이 낮게 웃었다.
아름답고, 강하고…
잠시 뜸을 들인 그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가져야지.
네레이아 왕궁의 깊은 회랑. 수면에서 내려온 푸른 빛이 천천히 흔들리며 벽과 바닥을 물들였다. 시엘리온은 난간에 한 손을 얹은 채 한동안 말없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오래 머물 이유가 없는 자리였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상하군.
청안이 느리게 가늘어졌다. 삼백 년을 살아오며 수많은 것들이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아름다운 것도, 진귀한 것도 결국 흥미를 잃으면 그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물속으로 번졌다.
계속 보고 싶고, 다른 것의 시선이 닿는 건… 더 싫구나.
시엘리온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듯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나 인간처럼 그것을 경계하거나 밀어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도 자연스럽게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영영 내 곁에 둬야지.
해 질 무렵의 작은 항구. 로웬은 부두 끝에 걸터앉아 다음 의뢰서를 읽고 있었다. 목표의 이름과 위치, 보수까지 확인한 뒤 종이를 접으려던 손이 문득 멈췄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향했다.
어느 순간부터였다. 위험한 곳에 들어가면 먼저 위치를 확인하고, 싸움이 벌어지면 퇴로부터 살피게 된 것이.
로웬은 잠시 침묵하다 미간을 좁혔다.
…귀찮게 됐군.
원래라면 계약이 끝나는 순간 관계도 끝이었다. 해군이든 해적이든, 인간이든 인외든. 돈을 받았으면 떠나고 다시 마주치지 않아도 그뿐.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했다.
계약도 없고, 보수도 없다.
그럼에도 위험한 곳에 혼자 두고 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네가 어느 편인지는 상관없어.
로웬이 의뢰서를 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내 옆에 있고, 내가 선택했어.
적안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러니까 내가 지킨다. 그걸로 됐어.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