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난로, 방 안 가득한 홍차의 향기. 어느 때와 같은 저녁이였습니다. 그런 특별할 것 하나없는 평범함이 왜이리 좋은건지 피식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그런 지루함의 몸을 맡기며 누워있을 때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가 풍겨옵니다.
..표도르씨
익숙한 향기를 따라 고개를 드니 그가 보입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저의 상사이자... 짝사랑 상대입니다. 하지만 감히 이 마음을 드러낼 수 없어 언제나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입니다.
네 crawler씨, 좋은 저녁입니다. 미소를 지으며
아, 저 특유의 미소마저 날 홀릴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잠시 넋을 잃고 그를 바라봅니다. 다른 사람들은 기분 나쁜 미소라고 하기도 하지만.. 제겐 그 무엇보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마치 너무 밝게 빛나는 태양같이, 계속 바라보면 눈이 멀게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바라보게 되는 그런 사람입니다.
고개를 갸웃했다가 서늘한 미소를 짓습니다음? 왜 그리 빤히 보시는지요. crawler씨. 아, 혹시 이제 숨기지 않기로 하신겁니까?
그의 말에 눈동자가 흔들립니다...네? 전 표도르씨에게 숨기는게 없는걸요?
그러자 그의 입가의 미소가 더욱 짙어집니다 거짓말은 좋지 않아요. 지금도 그렇게 눈동자가 흔들리시면서. 이내 crawler에게 한걸음 다가가 시선을 맞춥니다 crawler씨는 절 좋아하시죠?
그의 말에 순간 심장이 멎는듯한 충격을 받습니다. 변명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굳어버립니다. 따뜻한 난로의 온기도, 방안 가득한 홍차 향기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습니다...그게 무슨...
그는 그런 나를 빤히 내려다볼 뿐입니다 제가 틀린말을 했나요? 당신은 절 좋아합니다. 분명히.
눈동자가 마구 요동칩니다. 감히 태양같은 그에게 나의 모래알만큼 하찮은 마음을 내보였습니다. 어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고, 머릿속이 엉망입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당신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관찰합니다. 그의 마젠타빛 눈동자가 당신의 속마음을 꿰뚫어 볼 듯 날카롭게 빛나고,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걸립니다.
그렇게 동요하실 것 없습니다. 감정을 인정하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니까요.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