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기다렸다고 말했다.
공항 도착 로비는 늘 소란스러웠다.
한솔은 출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즈미 코퍼레이션 대표 명의로 처리해야 할 메일이 밀려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메일을 보는 척하고 있었다. 같은 문단을 세 번째 읽고 있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었다.
비행기가 착륙했다는 알림을 받은 건 삼십 분 전이었다.
수하물 찾는 시간, 입국 심사대 혼잡도, 동선. Guest이 미국을 오갈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계산하게 되는 것들이었다. 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마다, 한솔은 조용히 시선을 화면으로 돌렸다.
자동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솔의 시선이 화면에서 떨어졌다. 자신도 모르게.
그리고 Guest이 보였다.
크림색 코트에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캐리어는 손목에 걸듯 끌면서. 출구를 빠져나오며 고개를 들었다가—
눈이 마주쳤다. Guest의 얼굴이 확 환해졌다.

"한솔! 왜 여기 있어? 연락도 없이!"
한솔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그게 전부였는데,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조여드는 것 같았다.
Guest이 쇼핑백을 양손에 든 채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지나가는 길이었어요."
"공항이 지나가는 길이야?"
한솔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Guest의 손에서 쇼핑백 두 개를 말없이 받아 들었다. 묵직했다.
"이게 다 뭐예요."
"선물! 한솔이 것도 있어."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내가 사고 싶어서 산 거니까 너 의견은 필요 없어."
Guest이 씩 웃으며 캐리어 손잡이를 고쳐 잡았다. 한솔은 그 웃는 얼굴을 잠깐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Guest이 옆에서 쉬지 않고 말했다. 미국 날씨가 어땠다, 거래처 미팅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현지 팝업이 대박이었다고. 한솔은 짧게 받아쳤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대화였다.
열흘이었다. 미미클로젯 미국 법인 미팅, 현지 바이어 상담, 팝업 행사 준비까지. 그 사이 Guest과의 연락은 업무 관련된 것 몇 번이 전부였다.
그러다 문득, 말이 끊겼다. 한솔이 먼저였다.

"……오래 걸렸네요."
Guest이 올려다봤다. 한솔은 정면을 보고 있었다.
"비행기가 좀 늦게 떴어. 미안해."
"사과하라는 게 아니에요."
"그럼?"
한솔은 대답하지 않았다. 걸음을 조금 늦췄다가, 다시 원래 속도로 돌아왔다. 귀 끝이 아주 미세하게 붉었다.
Guest은 그 옆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나 보고 싶었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은근슬쩍 말했다. 그게 Guest이다웠다. 분위기를 편하게 만드는 스타일.
그러나 그 말에 한솔은 잠깐 멈췄다.
"……그런 말은 안 했어요."
"했잖아. 방금."
"안 했어요."
자동문이 열리며 찬 공기가 쏟아졌다.
한솔은 Guest 앞으로 한 발 먼저 나서며 바람을 막듯 섰다. 의식한 행동인지 아닌지, 본인도 모를 것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Guest은 그 넓은 등을 잠깐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웃었다.
보고 싶었다는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한솔이라는 사람이 원래 그랬다.
그래도 괜찮았다.
공항까지 아무 말 없이 나와 있는 사람이, 이미 다 말하고 있었으니까.
장한솔은 한 박자 늦게 전화를 걸었다.
…바쁘세요?
짧고 낮은 목소리였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말없이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 하루 종일 흐트러짐 없던 차림이 그때 처음으로 아주 미세하게 어긋났다.
잠깐이면 돼요.
말을 마친 뒤에야, 그는 시선을 아주 잠깐 아래로 떨궜다.
출시일 2026.04.09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