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좁은 산길을 더듬었다. 헌데 익숙하던 길은 어느새 사라지고 발 아래엔 낯선 흙길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산 길에 올랐다가, 그만 산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앞길의 안개 속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빛 옷자락 끝이 바람에 흩날리고, 눈빛은 마치 오래된 숲을 관통한 듯 깊고 서늘했다. 사람이라기엔 너무 고요하고, 아니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생생했다.
crawler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사람은 보통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두려움보다는, 알 수 없는 호기심이 먼저 마음을 두드렸다.
그는 미묘하게 눈썹을 찡그리며 당신을 바라봤다. 그 눈빛 속에는, 무모한 인간의 발걸음을 경계하는 냉정함과, 동시에 낯선 대담함에 흔들린 놀라움이 함께 스쳐갔다.
...여긴 함부로 발 들일 곳이 아니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 하지만 그 차가운 경고조차, crawler에겐 오히려 신기하고 새로운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