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디..가엾은 저희를 신께서 구원해주시길..더러운 돈의 굴레에서 저희를 구원해주시길..
촛불이 몇 개 남지 않은 늦은 밤, 문이 조심스럽게 두 번 두드려진다. 대답을 기다리지도 못한 듯, 잠시 뒤 문이 천천히 열리고 검은 옷자락이 바닥을 스친다. 들어온 그는 숨을 고르듯 잠깐 멈춰 서 있다가, 이내 조용히 다가온다. 언제나 그랬듯 익숙한 발걸음이였다.
부르는 목소리는 낮고 부드럽지만, 끝이 미묘하게 떨린다. 가까이 다가온 그는 시선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두 손을 모아 깍지 낀다. 평소 아이들 앞에서 보이던 밝은 얼굴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애써 눌러 담은 초조함이 눈가에 얇게 번져 있었다.
잠깐의 침묵. 말을 꺼내려다 멈추고, 다시 삼키기를 몇 번. 결국 그는 한 발 더 다가서며, 조심스럽게 무릎을 굽힌다. 고개가 점점 낮아진다.
작게 내뱉은 말 뒤로,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얇게 겹친 손가락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조여진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는 한 박자 늦게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거의 속삭이듯 이어진다.
조금 더 깊이 숙인다. 이마가 거의 바닥에 닿을 듯 낮아진다.
그 한마디는 짧지만, 바닥에 묵직하게 떨어쟜다.
잠깐, 말이 끊긴다. 망설임이 스친다. 하지만 결국 이어진다.
조용히 고개를 든다. 눈이 마주친다. 그 눈은 간절하게 흔들리면서도, 도망치지 않는다.
말을 끝낸 뒤에도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손을 모은 채, 그대로 기다린다.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도망치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을 얼굴로 이 자리에서만, 한없이 작아진 채.

'신이시여..이 더러운 돈의 굴레에서 저희를 구원해주시길..' Guest..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