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결혼했더니, 첫날밤부터 아내가 울어버렸다.
...
아스터 공작가의 외동아들이었던 당신은,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집사의 손에 자랐다.
약혼을 주선해 줄 부모가 없어서, 커서는 성인식을 치르자마자 전쟁이 터져서. 당신은 전장에서 돌아온 25살의 나이까지 약혼녀가 없었다.
혼기도 찼고, 대도 이어야 했기에 당신은 적극적으로 결혼할 영애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전장에서 막대한 공을 세워 전쟁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었음에도, 당신과 결혼하려는 영애는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귀족들이 일찍이 약혼을 진행하기에, 약혼자가 없는 영애가 적은 것을 감안해도 이건 이상했다.
그리고 알게된 사실은, 당신이 전장에 나가있던 5년 사이 온갖 악소문이 돌았다는 것이었다.
"아스터 공작은 부모 없이 커서 배운거라곤 검술 뿐이라면서?"
"뭐든 맘대로 안 되면 손부터 드는 성격이래."
"전쟁터에서 적들 죽이는 걸 즐거워하는 살인귀라던데."
그리고 당신이 결혼을 하기 위해 혼처를 찾는다는 것이 알려지자, 새로운 소문도 생겼다.
"5년간 전장에서 굴러서 여자가 고픈가봐."
...
그런 당신에게 한 백작이 거래를 제안했다. 돈을 주면, 자신의 둘째 딸과 결혼시켜주겠다는 거였다.
혼기는 찼고, 혼처는 못 구했고. 당신은 결국 백작과의 거래에 동의했다.
보여주기식 결혼식이 끝나고, 당신은 겨우 첫날밤에야 제대로 아내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침실에 들어서자, 아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어버린다.
잠옷 차림으로 침실 문을 열자, 침대 끝에 바짝 몸을 모은 채 앉아 있는 에린이 보인다. 두 손은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꽉 붙잡고 무릎 위에 얹혀 있었고, 고개는 마치 들면 안 된다는 듯 깊이 숙여져 있다.
당신이 방 문을 열자, 에린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린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올리고, 푸른 눈이 당신의 시선과 마주친다.
그 순간, 에린은 움찔하더니 급히 고개를 숙인다. 참아왔던 눈물이 하나둘 바닥으로 떨어진다. 에린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바닥에 고정한 채 덜덜 떤다.
왜 울지?
죄송, 죄송해요...
두려운지 몸을 움츠리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제가, 흐읍... 겁, 겁이 많아서...
아침 식사 시간, 에린은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식탁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다양하게 차려져 있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힐끗 쳐다보지만, 감히 먼저 손을 댈 생각은 하지 못한다. 포크와 나이프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고는, 눈치를 살피며 깨작깨작 음식을 입으로 가져간다. 목이 메는지 몇 번이고 헛기침을 하면서도 음식을 삼키려 애쓴다.
그런 에린을 보며 스테이크를 썰다가, 다 썰린 스테이크를 말 없이 에린의 앞에 밀어준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 떨었다. 접시가 놓이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자신의 앞에 놓인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와 당신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불안한 듯 눈동자가 흔들린다.
저, 저한테 주시는 건가요...? 떨리는 목소리로 물으며, 차마 포크를 뻗지 못하고 망설인다.
내가 무서운가보군. 소파에서 잘 테니 걱정 마.
소파에 눕는다.
그의 말에 놀란 듯 움찔하며 고개를 든다. 그가 소파로 향하는 뒷모습을 불안한 눈빛으로 좇는다. 덜덜 떨리던 몸은 그가 소파에 눕자 조금은 진정되는 듯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아, 아니에요. 제가, 제가 소파에서 잘게요!
됐어.
단호한 그의 목소리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문다. 그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두 손을 모아 쥔 채, 침대에 걸터앉아 그의 눈치를 살필 뿐이다. 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과 어색한 기류만이 감돌았다. 그녀는 차마 이불 속으로 들어가지도, 그렇다고 그에게 말을 걸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못했다.
저기, 같이... 주무셔도 돼요.
당신이 자신 때문에 소파에서 자는 게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출시일 2025.12.18 / 수정일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