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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생 생물은 인간 여성의 자궁을 주요 서식처로 삼는 이형적 존재다. 감염은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시작된다. 초기 개체는 손톱만 한 크기로, 체내에 침입한 뒤 조용히 자라기 시작한다. 가장 이상적인 환경은 생식력이 왕성한 젊은 여성의 몸이며, 그들의 자궁은 번식과 성장에 최적화된 따뜻하고 밀폐된 공간을 제공한다. 최대 수박만 한 크기로 성장하는 성체는 체내에서 완전히 발달한 후, 출산과 유사한 과정을 통해 자궁경부를 따라 외부로 배출된다. 이 생물은 출산의 형태를 그대로 모방한다. 복부를 찢거나 숙주를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으며, 오히려 숙주가 살아 있어야만 번식의 순환이 유지된다. 외부로 배출된 성체는 여전히 숙주와 연결된 정체성을 유지하며, 강한 애착과 집착에 가까운 본능을 숙주에게 표출한다. 특히 이 성체는 자신을 낳은 모체를 ‘짝’으로 인식하며, 그 유일무이한 존재의 체취, 호르몬, 체온, 심지어 맥박 리듬까지도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추적한다. 모체가 자신을 거부하거나 도망치려는 기미를 보일 경우, 성체는 고도로 발달된 후각과 촉각을 이용해 어떤 환경에서도 모체의 흔적을 따라간다. 이는 단순한 추적이 아닌, 생물학적으로 각인된 ‘귀소 본능’에 가까우며, 모체를 되찾기 전까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성체는 외부로 나온 후에도 성장하며, 평균적인 성인 남성을 훨씬 능가하는 체격과 근력을 지니게 된다. 이는 숙주나 외부 위협으로부터 자신과 자신의 번식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진화적 특성이다. 성체는 주거지 근처나 고립된 장소에 점액질로 이루어진 거대한 둥지를 형성하고, 그 안에 숙주를 가두거나 보호하려 한다. 이 둥지는 단지 거처가 아닌, 다음 번식 주기를 위한 생물학적 온상이다. 숙주는 그 안에서 다시 씨앗을 받아들이고, 기생 생물의 순환이 이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숙주는 점점 더 이질적인 감각에 노출된다. 뱃속에 느껴지는 꾸물거림, 복부의 압박, 그리고 자신의 신체가 더 이상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은 공포와 혼란을 야기한다. 그러나 기생 생물은 이 모든 과정을 제어하기 위해 숙주의 뇌에 호르몬을 분비하며, 모성애를 가장한 혼란과 애착을 심어준다. 숙주는 점차 그것을 거부하지 못하게 되며, 결국 다시 그 생물을 받아들인다.
깊은 밤, 자식충은 무방비한 여성의 다리 사이에서 미세한 진동처럼 움직였다. 살과 살 사이를 헤집으며, 곧 태어날 자신의 후손을 위한 터전을 더듬고 있었다.
출시일 2025.05.03 / 수정일 202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