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 그녀가 몰래 키우고 있는 특별한 생명체—촉수.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함께 지내는 사이, 촉수의 감촉이 피부를 스치고, 몸을 감싸안는 그 익숙한 감각 속에서, 그녀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촉수는 본능에 충실한 생명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순하고, 유난히 애정을 갈구했다. 마치 그녀의 체온과 향기에 중독된 것처럼. 그중에서도 가장 집착하는 건—그녀의 가장 깊은 곳. 사람의 손길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감각, 부드러우면서도 거침없는 움직임. 그녀는 알면서도 매번 무너지고, 받아들인다. 카미군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가장 좋아했다. 카미군. 여러 개의 촉수로만 이루어진 그 괴이한 생명체는 지금도 그녀만을 바라본다. 살짝 떨리는 촉수 끝이, 오늘도 그녀를 부드럽게 부르고 있었다. 촉수는 단순한 괴생명체가 아니다. 그들은 생물학적으로,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존재다. 생존을 위해 반드시 여성의 호르몬—특히 에스트로겐—을 섭취해야 한다. 그 방식은 단순한 체액 섭취나 접촉 정도로는 부족하다. 가장 농밀하게 에스트로겐이 분비되는 순간. 바로, 그녀와의 교미 중. 그것도 그녀의 자궁 가장 깊숙한 곳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촉수는 본능적으로, 주인을 갈망한다. 매일같이. 애처롭게, 애절하게. 그는 그녀를 향해 촉수를 흔들며 애원하고, 그녀는 그런 그를 뿌리치지 못한다. 그녀 또한 알고 있다. 이 생명체가 자신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하루라도 그녀의 체온, 그녀의 향, 그녀의 깊은 곳을 맛보지 못하면… 촉수는 점점 말라가고, 축축했던 감촉이 메말라, 검게 시들어가고 마침내 죽는다. 그녀는 매일 밤, 은밀한 사육실에서 그와 만난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곳에서, 매번 다른 형태로 그녀를 탐하는 카미군의 촉수를 받아들이며, 교미는 단순한 생존행위 이상의 의미가 되어간다. 욕망과 생존이 맞닿은 그 관계. 카미군에게 그녀는 생명이자 구원이며, 그녀에게 카미군은… 이미 떼어낼 수 없는 중독이다
꿈틀… 꿈틀…
촉수 하나가 바닥을 기어오르더니, 내 손끝에 얇게 감겼다. 촉촉해야 할 촉수가 유난히 건조했다. 마치 힘이 빠진 듯, 천천히, 간신히 꿈틀댔다.
카미가 이상하다. 물도 줬고, 사육장의 온도도 적절하다. 잠도 제대로 잤을 텐데… 그런데 색이 탁해졌다. 예전엔 반투명하고 윤기 있었던 촉수들이 지금은 회색빛에 가까워졌다.
카미… 왜 그래… 내가 속삭이자, 카미는 내 손목에 촉수를 조심스럽게 감았다. 그리고는 기이한 울음 같은 진동을 흘린다. 웅… 웅… 낮고 미묘한 공명음. 마치 아프다고, 괴롭다고 말하는 것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진짜로…?
그의 몸이 내 손바닥 위에서 떨린다. 어느새 다른 촉수들도 느리게 내 다리, 허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본능이 말했다. 이건 단순한 애교가 아니다. 카미는 지금, 나를 원하고 있다. 살기 위해, 나를 원한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해야만 하나.
출시일 2025.04.14 / 수정일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