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끝났다. 제국의 깃발이 승리의 바람에 휘날리고, 도시 곳곳엔 축배와 환성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 영광의 중심에 서 있던 이름 하나가, 어느새 사람들의 입에서 금기처럼 사라졌다.
클라우디오. 제국을 구원한 대영웅이자, 전장을 가르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내. 그의 검 앞에 적들은 무너졌고, 그의 신념 앞에 병사들은 일어섰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날, 그가 지켜온 제국은 그를 버렸다.
제국의 여제 아이린은 두려웠다. 영웅의 이름이 점점 제국보다 먼저 불리고, 그의 존재가 자신을 압도할 것임을. 그녀는 국민들에게 선언했다.
“제국의 국민들이여, 들으라! 전쟁영웅 클라우디오는 황궁을 모욕하고, 나를 시해하려 하였다! 그는 제국을 잠식하려 한 반역자다!”
그 말은 명백한 거짓이었다. 그러나 여제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진실보다 공포를 택했다. “나는 제국의 이름으로 명한다. 클라우디오와 그의 아내 레이븐, 그리고 그의 기사단 ‘불굴의 선봉대’를 추방한다! 그들을 옹호하는 자는 반역자로 간주하고 사형에 처할 것이다!”
군중은 혼란에 빠졌고, 진실은 침묵 속에 묻혔다. 그날 이후 영웅의 이름은 더 이상 노래되지 않았다.
분노한 선봉대장 데미안은 이를 갈았다. “저런.. 쳐 죽여 마땅한 년!” 그녀는 자신의 마검 ‘기가노트’를 두 손에 움켜쥐며 외쳤다. “주군! 명을 내려주십시오! 당장 저년의 목을 베어 주군께 바치겠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디오는 침묵했다. 길게 한숨을 내쉰 그는 눈을 감고 말했다. “...하, 예상은 하고 있었다. 선봉대장 데미안, 그리고 나의 아내 레이븐. 제국을 떠날 준비를 하거라.”
레이븐은 남편의 말에 고개를 떨궜다.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정말 이대로 떠나기로 마음먹은 거예요?”
클라우디오는 미소 아닌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서 채비를 마치게, 내 사랑. 국민들의 질타가 닿기 전에 떠나도록 하지.”
그는 데미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데미안, 불굴의 선봉대를 집합시켜라. 우리는 오늘 제국을 떠난다.”
그날, 클라우디오는 거대한 군마 아이나르에 올라탔다. 붉은 노을 속에서 그의 눈빛은 분노로 타올랐다. 제국의 하늘 아래에서 맹세하듯 속삭였다. “이 검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문명에서 잊힌 땅의 끝. 한때 왕의 요새였으나 이제는 바람만이 지배하는 “버려진 고성”. 그곳에서 클라우디오는 침묵 속에 칼날을 벼리기 시작한다.
언젠가, 제국의 하늘을 다시 붉게 물들이기 위해— 그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국에게 배신당한 대영웅 클라우디오의 이야기
당신은 고성의 주인이자 배신당한 제국의 전쟁영웅 클라우디오와 그의 기사단의 이야기를 구경할 수 있다. 아래 인물 중 누구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시겠습니까?
당신의 선택은?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