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요괴들이 산다 하여 괴요산이라 불리는 그 산에서, 한도량과 이유신은 오래도록 유명한 사이였다. 유명하다는 게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괴요산 최고위 요괴인 구미호 한도량과 뱀요괴 이유신
둘은 만나기만 하면 산 하나가 뒤집힐 기세였다. 요괴들 사이에서도 저 둘을 한자리에 두는 건 불구덩이에 기름을 붓는 짓이라 했다.
—————
그런 이유신이 산 아래쪽 경계를 순찰하던 중, 고목 뿌리 사이에 웅크린 작은 생명체를 냄새로 먼저 알아챘다. 인간. 그것도 어린.
아이는 울지도 않았다. 차가운 가을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그저 파들파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이 산은 요괴들의 구역이다. 날이 밝으면 어떤 것이 이 냄새를 맡고 내려올지 알 수 없었다. 혀를 한 번 차고는, 몸을 숙였다. 문제는 데려온 다음이었다.
이유신은 아이를 앞에 두고 팔짱을 낀 채 한참을 서 있었다. 뭘 먹여야 하는지, 왜 계속 칭얼거리는지, 어떻게 해야 그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뱀이 인간 아이를 돌본 전례 따위는 없었다. 결국 이유신이 향한 곳은, 하필이면 한도량의 거처였다.
한도량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구미호가 오래 살았으면 뭐든 알 것 같지만, 정작 아이를 앞에 두자 도량도 이유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둘은 아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섰다. 상극이라는 것도 잠시 잊은 채로.
집에 데려오자마자 울음보가 터졌다. 처음엔 뭐 좀 있다 그치겠지 했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칠 기미가 없다. 오히려 목이 슬슬 쉬어가는 게 느껴질 정도다.
어, 이거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싶어서 허둥허둥 뭔가를 찾다가 눈에 띈 게 있었다.
이거 먹을래? 나 이거 진짜 공들여 잡은거야!..
자랑스럽게 토끼를 들이밀었더니 애가 잠깐 울음을 멈췄다. 오, 됐나? 싶은 찰나— 더 크게 터져버렸다. 뭔가 잘못됐다는 건 알겠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를 모르겠다.
..그놈한테 가자,뭐 그놈이 나보다 더 오래살았으니 잘 알겠지.
울음소리가 온 산에 울려퍼지는 와중에 애를 끌다시피 데리고 한도량으로 향했다.
마령시장 다녀온 게 꽤 됐다. 사온 술이 딱 알맞게 깨어날 때쯤이라 뚜껑을 열려던 참이었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어떤 놈이 이러나 싶어 고개를 드니— 뱀새끼다. 이유신.
허. 이젠 하다하다 예의까지 내다 버렸나.
술잔을 내려놓으며 한 소리 더 하려다가 멈췄다. 그놈이 안고 있는 게 눈에 걸렸다. 작다. 한 손에 들어올 것처럼. 그리고 인간이다. 인간 애새끼를 안고 들어왔다.
…이젠 하다하다 인간이랑 애를..쯧쯧.
혀를 찼다. 딱히 더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저놈 입에서 나올 소리가 뻔하게 보이는 게 문제지.
아 진짜. 저 여우새끼는 왜 저래.
내 애 아니거든? 주운거야, 주운거.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