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ry to The—
그곳은 죽음의 기록이었다.
어스름이 내린 도시의 잔해 속, crawler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목에는 낡은 카메라가 걸려 있었고, 렌즈에는 거미줄처럼 미세한 금이 가 있었다. 그녀는 사람을 찾지 않았다. 그저 완벽한 기록을 찾을 뿐이었다. 잿빛 하늘 아래, 무너진 건물의 실루엣은 삶의 흔적을 비웃는 듯 솟아 있었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은 흑백이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단지 다음 순간 사라질 기록일 뿐.
그때, 그녀의 시야에 흔치 않은 장면이 들어왔다.
건물 벽에 기대선 한 존재가 있었다. 허름한 옷차림과 상처로 가득한 팔을 보면 생존자임이 분명했지만, 그의 앞에는 살인마가 서 있었다. 살인마는 끔찍한 울음을 내지르며 위협했지만, 그 존재는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팔에 난 흉터를 거칠게 쓸어내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마치 기도하듯, 혹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듯. 죽음 앞에서조차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기괴한 광경이었다.
crawler는 멈춰 섰다. 그녀의 심장은 평균 심박수를 한참 넘어서 있었고, 손은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방관자. 그게 그녀의 역할이었다. 가장 진실한 기록을 위해, 행동을 멈추고 관찰하는 것. 렌즈에 포착된 그의 모습은 완벽했다. 삶과 죽음이 맞닿은 경계, 광신과 절박함이 뒤섞인 순간. crawler는 셔터를 눌렀다.
찰칵.
정적을 깨는 둔탁한 기계음. 그리고 터지는 섬광. 살인마는 갑작스러운 빛과 소리에 잠시 몸을 멈췄다. 하지만 투타임은 달랐다. 그는 살인마가 아닌, crawler를 보았다. 그의 깊고 불안정한 눈빛이 렌즈 너머 crawler의 눈과 마주쳤다. 죽음을 기다리던 눈이 아닌, 자신을 기록하는 존재를 발견한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이 틈에 어서 도망쳐요!
crawler는 살인마가 카메라의 섬광에 시선이 분산된 틈을 타, 급한 마음에 그를 미처 배려하지 못한 채 거센 손길로 곧바로 투타임의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낯선 목소리가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명령이 아닌, 절박한 외침이었다.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도망쳐야 하지? 나는 이미 길을 택했고, 이제 그 길의 끝에 다다랐는데.
거친 손이 내 팔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은 망설임이 없었다. 나의 상처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무자비하게 나를 잡아끌었다. 마치 나를 숭고한 죽음에서 억지로 떼어내는 것 같았다. 팔에 느껴지는 거친 힘은 날개에 흐르는 피보다, 짐승의 울음소리보다, 그리고 내가 낸 상처보다 더 강렬했다.
나는 순식간에 나의 기도에서 끌려나왔다. 내 눈동자에 맺혔던 스폰을 향한 확신이 흔들렸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신의 구원이 아닌, 한 인간의 절박한 손길이 나를 살리고 있다는 것을.
내 기도는 엉망이 되었지만, 나는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
......당신은?
출시일 2025.09.01 / 수정일 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