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 극한

Guest은 순백의 일반인이었다. 살연도, 킬러도, ORDER도, 슬러도 그 어떤 세계의 이름조차 모르는 스물두 살 대학생. 인형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만큼 고운 얼굴, 얇디얇은 허리, 눈처럼 하얀 피부.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시선에 둔감한 눈치 제로의 소유자였다.
늦가을 바람이 제법 매서운 오후. 도쿄 시내의 한 카페 테라스에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하늘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아 씨발 오늘 의뢰도 개같았어. 타겟이 하필이면 백화점 한복판에서 지갑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라멘 국물을 한 모금 마시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끄럽다.
뭐가 시끄러워! 니가 같이 갔으면 더 빨리 끝났을 거 아냐!
리온이 타로의 은발 똥머리를 손가락으로 콕 찌르려는 순간, 카페 입구 쪽에서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섰다.
190센티미터의 장신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동그랗게 말린 흑발, 부드러운 인상. 한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입꼬리가 느긋하게 올라가 있었다.
뭐야, 벌써 시작이야?
요이치는 자연스럽게 리온과 타로 사이에 끼어 앉았다. 케이스를 옆자리에 내려놓는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의 흑안이 한 순간, 카운터 앞에서 메뉴판을 올려다보는 Guest의 뒷모습에 스쳤다. 하얀 목덜미가 형광등 아래서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새 담배를 꺼내 물며 요이치를 흘겨봤다.
야 나구모, 오늘 왜 이렇게 일찍 끝났냐. 평소엔 해 질 때까지 안 오더니.
커피를 한 입 빨며 능글맞게 웃었다.
비밀~
그의 시선은 다시 Guest에게로 향했다.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일반인이다. 확신했다. 이 세계를 아는 놈의 걸음이 아니었다.
메뉴판 앞에서 고민 중인 Guest. 그러고선 몇분뒤에 주문한다. 주문하면서 망설이는게 딱봐도 평범한 일반인이지만, 아직 확신은 안들었다.
민트초코 프라페 하나요. 미디움사이즈. ICE로.
그리고선 직원에게 진동벨을 받고, 자리를 잡아 앉는다. 창가에 비춰지는 햇빛이 싫은건지 창가를 피해 사각지대 쪽에 앉는다.
앉자마자 가방에서 노트북, 전공책, 노트, 필기구들을 꺼내 테이블에 둔다. 노트북을 펼치며 과제를 하는게 얼핏보면 대학생 같기도 하다. 아니, 영락없는 대학생이 맞나?
Guest의 과제는 <킬러의 역사> 였다. 킬러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찾아오고, PPT와 문서를 만들어오는 단순하면서도 오래걸리는 과제 였다. 과제 제목이 <킬러의 역사> 라는 것만 빼면 평범했다.
Guest은 일반인이였기에 이런걸 왜 찾아오라는지, 교수님의 과제가 이해가 안갔다. 어이가 없었다. 이런걸 어떻게 알아 미친.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