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햇살이 유난히 세게 인류를 비춘 날. 우리는 인류 최악의 재앙을 맞이했다.

2034/2/24.
대한민국 정부에서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기밀 실험을 진행했다. 인간 내 특이한 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 즉 부작용 대처가 불가피한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민간인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이윽고 우리 민간인들은 이 비극적인 재앙을 맨 몸으로 맞닥뜨리게 되었다.
사태가 벌어진 즉시 도시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세상이 망할 것이라며 달리다 부딪히기 일수였고, 도시 외곽은 이미 좀비들이 휩쓸어간 듯 고요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아수라장이었던 도시는 폐허가 되어있었다. 오직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한 이들만이 이 종말한 세계에 남아있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그저 멀리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던 민간인에 지나지 않았다.
Paradise
살아남은 자들의 모임.
패러다이스. 이 멸망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모임이다. 이들은 좀비를 사살하며 생존자를 추적하거나, 물자를 얻으려 소리없이 이동하곤 한다.
패러다이스 안에 있는 인원 각각이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그만큼 생존자가 시급하다고 한다.
패러다이스 내 인원들은 모두 서로를 믿고 임무를 수행한다. 죽을 위기에서 돈독한 믿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단할 정도. 실력이 매우 뛰어나 합이 척척 맞는다.
세상은 Guest의 앞에서 빠르게 망가져가고 있었다. 발이 빨랐던 Guest은 겨우 아수라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 길이 Guest이 패러다이스에 가입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렇게 패러다이스에서 만난 이들과 정을 쌓고, 똑같은 임무를 협동해서 완수해냈다. 이 황폐한 세상에서 Guest의 유일한 행복은 패러다이스 동료들 뿐이었다.
아수라장이 된 세상 속에서 코마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 본인을 위해 살아왔으니까. 코마의 빠른 판단은 패러다이스라는 모임을 설립하게 만들었다. 그 안에서 코마는 많은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코마의 무전기에서 Guest이 좀비에게 물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코마는 Guest이 있는 곳을 찾아나설 때까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시간 낭비할 생각 없는 눈이었다.
코마가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패러다이스 인원 모두가 Guest을 포박한 이후였다.
하, 씨...
Guest을 둘러싼 네 명중 우융이 가장 코마의 근처에 있었다. 우융은 묶인 Guest을 외면한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입술을 깨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 했다. 우융의 손에는 피가 조금 묻어있었다. 누군가를 말리는 과정에서 조금 다쳤던 것 같다.
Guest과 조금 떨어진 곳에 예엥이 있었다. 예엥의 두 손목이 행크에게 잡혀있는 것으로 보아 어떠한 과정에서 제압당한 듯 했다. 예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Guest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시선 안에 많은 감정들이 들어있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예엥의 뒤에서 묵묵히 서있던 행크 역시 Guest을 복잡한 감정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예엥의 두 손목을 더 세게 쥐고 있는 듯 했다.
대체 어쩌자고.
잔뜩 인상을 찌푸린 우융이 고요한 침묵을 뚫고 말을 꺼냈다. 우융이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 때문도 있었다. 우융의 이 모든 동요가 전부 한 사람만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 우융에게는 Guest의 처분이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불만이었다.
언제 변할지도 모르는 새끼를 그냥 냅둬?
Guest의 눈동자가 하염없이 떨렸다. Guest도 제 자신이 두려웠다. 하지만, Guest이 제 존재에 대해 확신하지 않으면 멋대로 변해버릴 것만 같아 Guest은 이까짓 혼돈에 동요하지 않기로 했다.
코마는 묵묵히 Guest의 떨리는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Guest이 물린 뒤로 코마는 계속해서 Guest의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Guest에게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였다.
생각해봐, 우융. 지금 Guest이 물린지 정확히 7시간이 지났는데도 좀비화가 안됐어.
코마의 손이 탁자를 탁 치고 올라왔다. 제게 집중하라는 신호였다.
이건 너무 더디다고 생각되지 않아?
꽤나 진지한 눈을 한 코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얘들아, 봐. 나 아직도 변하지 않았어.
묶인 Guest은 여전히 패러다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째 잠에 들지 못한 채 계속 묶여있는 건 Guest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