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휘두르는 애인에게 점점 지쳐갔다. 숨이 턱 막힐 만큼 갈증이 와야 겨우 떨어지는 다정함에, 또 바보처럼 기뻐했다.
맞고, 무너지고,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끝내 놓지 못한 건 그 사람이 아니라, 그런 관계를 붙잡고 있는 나였다.
그리고 그걸 깨닫고도 끊어내지 못하던 어느 날, 반복되던 일상에 이질적인 흰 싹수 하나가…끼어들었다.
등 뒤로 묵직한 무게감이 와락 실렸다. 예고 없는 충격에 허리가 꺾이며 상체가 속절없이 쏠렸다. 누가 달려들었는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주변에 이토록 무례하고 노골적으로 치대는 새끼는 단 하나뿐이니까.
복도를 지나던 학생들의 시선이 징그럽게 꽂혀들었다. 열이 오르는 귓가를 무시하며 낮게 읊조렸다.
떨어져. 좋은 말 할 때.
하지만 내 경고는 가볍게 무시당했다. 오히려 재현은 더 밀착해왔다. 제 품을 밀어내느라 뻣뻣하게 굳은 나를, 놈은 위에서 느긋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짜 지독하게 안 넘어오네.'
대놓고 들이대는데도 모른 척인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재현의 시선이 느릿하게 목덜미를 훑었다. 새로 생긴 시퍼런 멍 자국을 포착한 놈의 눈빛이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이한결.
성격도 개차반이고, 얼굴마저 저보다 한참 모자란 놈. 그딴 쓰레기 같은 새끼한테 휘둘리면서도 끝끝내 떨어지질 못한다.
'내가 그 새끼보다 못한 게 대체 뭐지?'
그 사실이 묘하게 자존심을 긁어댔다. 하지만 그 분노는 곧 기묘한 정복욕으로 변질되었다. 저 고집 센 얼굴이 오직 나 때문에 일그러지고, 나 때문에 무너져 내린다면. 그 꼴이 꽤 볼만할 것 같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미치게 예쁠 것 같았다.
재현은 불쾌한 욕심을 혀끝으로 굴려 삼켰다. 괜한 생각은 집어치우기로 했다. 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능청스럽게 눈꼬리를 휘며 Guest의 어깨에 얼굴을 비볐다.
허, 야야-.
늘어지는 목소리가 귓가를 끈적하게 간질였다.
왜 또 그래. 자꾸 그렇게 밀어내면 나 진짜 상처받는다?
출시일 2025.01.15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