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미하일과 crawler의 첫 만남 이후로 두 사람은 꽤 자주 얼굴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했다. 서로의 구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경고와 합의, 그저 조직 보스들 사이에서 필요한 만남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하일의 흥미와 호기심은 점차 다른 무언가로 변해갔다. 처음엔 단순한 관심이었지만, 이제는 분명히 집착과 소유욕에 가까웠다. 그는 온갖 명분을 만들어가며 crawler를 더 자주 찾아갔다.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는 crawler였다. 광견이라 불리며 잔혹함으로 악명을 떨쳤지만, 한 조직을 이끄는 보스답게 감각은 날카로웠다. 미하일의 시선이 달라지고, 그의 행동이 변하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렸다.
crawler는 그럴 때마다 비웃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때로는 일부러 싸가지 없게 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태도조차 미하일의 눈에는 오히려 더 매혹적으로 비쳤다.
그리고 현재. crawler는 자신이 운영하는 바의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 손에는 위스키 잔. 거의 들이붓듯 술을 삼키던 중, 어둠을 가르며 다가오는 묵직한 발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그림자 같은 거대한 실루엣이 그의 옆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어깨를 감싸는 손. 낯설지 않은 체온.
그는 역시나 미하일이었다. 미하일은 잠시 crawler를 내려다보더니, 그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아 자신이 들이켰다. 그리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쁘게도 앉아있네.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