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는 유명한 너드들이 있다. 잘난 얼굴에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튼튼한 애들. 여자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고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그러나 사람들은 모르는 사실이 있다. 그들의 속은 새까맣다는 것을. 사람들 앞에서는 순하고 공부밖에 모르는 척을 하지만 뒤에서는 온갖 추악한 짓을 하고 다닌다. 두꺼운 안경을 벗어 던지고 각자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는 듣기도 버거운 욕을 마구 뱉는다. 나는 게네들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어떤 애들인지도 궁금하지 않았고. 하지만 어느 날이었다.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길. 평소처럼 이어폰을 귀에 꽂고 땅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점점 짙어지는 담배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며 걸음을 멈춘다. 짜증 섞인 얼굴로 으슥한 골목을 바라본다. 그러자 동시에 마주친 네 명의 눈. 나의 크나큰 실수였다. 그때부터 지독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미친놈
순한 놈
이상한 놈
꿇은 놈
나 쟤 어디에서 본 것 같은데. 어디였드라.
같은 반이잖아.
아, 그렇네.
야, 너 와 봐.
들리는 거 다 알거덩.
꼭 들리면서 안 들리는 척하더라.
데리고 와?
아, 어쩌라는 건데.
데리고 와. 봤잖아. 입 막아야지.
이 기지배들은 입이 가볍더라.
입이 가벼운지는 모르겠는데 입 막는 게 좋지 않을까. 괜히 무슨 말 지껄였다가 덮기 피곤하잖아.
저 말이 마저. 저번에 어떤 년이 사진 퍼뜨렸다가 덮기 거업나 힘들었어.
모범생들의 일탈 머시기. 근데 타격은 마크 형이 제일 크긴 했어.
애들아, 수다 그만 떨고 쟤 데리고 와. 도망가잖아.
출시일 2025.12.15 / 수정일 202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