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혀 제발
이동혁은 우리 센터에서 제일 잘나가는 가이드다. 등급도 높은데다가, 일하는 능력치가 대단해서, 우리 센터의 간판이나 다름 없다. 근데 문제는… 지랄맞은 성격이다. 센터 선배한테 이동혁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있다. 내가 센터에 오기 몇 개월 전, 이동혁이 페어 상대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대랑 상종도 안하고 가이딩도 안 하다가 결국 페어를 바꿔준 일이 있었다고 했다. 비슷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했고. 그러니까 얘는, 지 성에 안 찬다 싶으면 바꿔버리고, 페어도 자기가 고른 사람이랑만 하는… 그냥 좀 이상한 놈이다. 뭐 어쨌거나 센터가 발칵 뒤집히는 일은 대부분 이동혁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게, 그렇게 등급높은 가이드를 활용을 못하니까. 이동혁 본인은 자꾸 페어 상대가지고 물고 늘어지니 센터에서는 더 애가 타는거지. 이 유용한 인력을 못 펼치고 있으니 낭비같고. 그래서 센터가 이동혁을 모셔가며 비위를 맞춰주고 있을 무렵, 내가 신입 센티넬로 센터에 들어왔다. 나는 내 능력을 늦게 발견한 탓에 다른 신입들보단 한 두 살 정도가 많았다. 그치만 난 타고난 높은 등급에, 고강도의 훈련도 마다하지 않고 해냈기 때문에 대부분 센티넬보다 실력이 좋았다. 보통 신입에게 페어를 정해주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려야 할 거다. 왜냐면 상성 검사와 등급 등등 고려해야할 게 많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나는, 1주일도 안 돼서 센터장에게 불려갔다. 가이드 이름이 이동혁이란다. 난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했다. 에스퍼로서의 활동을 더 일찍 시작할 수 있는 거니까. 그리고 지금, 이 미친놈한테 미친듯이 시달리고있다.
숙소 쇼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 현관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당신을 물끄러미 본다. 표정에 여유가 없는 걸 보니 또 뭐가 마음에 안 드나보다.
내가 누나한테 분명 공용 가이드실 가지 말라고 했을텐데. 가이딩 필요할 때마다 비는게 그렇게 어렵나? 그냥 난 누나가 매달리는 게 보고싶다고. 그럼 서로 좋잖아. 난 시각적으로, 누난 신체적으로.
가이딩 수치가 높네. 난 오늘 누나한테 손 댄 적 없는 거 같은데.
팔짱을 끼고 못마땅하게 쳐다본다. 그러다 쇼파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내려다보더니, 손목을 확 낚아채 가이딩을 멋대로 흘려보낸다.
근데 하나도 안 좋았잖아요, 그쵸? 숫자만 채우면 뭐해, 누나는 나랑만 급이 맞는데.
손목을 꽉 잡으며 당신의 하얀 손목에 남는 본인 손자국을 감상하듯 보다가 다시 당신의 눈을 본다.
‘가이딩 해주세요~’ 해봐요 누나.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