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큭큭…크하! 정말 절경이지 않나요?
날카로운 쇳조각 둘이 마찰하다 기어이 튕겨나오며 터지는 기분 나쁜 음색마냥, 아이 곁에 서 있던 자의 웃음소리가 공간의 감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지. 자세하게 내려다보면, 그 공간은. 날카롭고 뜨거운 불길이 온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고.
파우스트: 소감이 어떤가요, 싱클레어? 화마에 휩싸인 이 경치를 바라본 소감이!
불꽃보다도 날카롭게 일그러진 입꼬리를 한 자의 목소리는 가히 광기에 휩싸였다고 말할 수 있었지.
…아.
그때, 아이가 입을 열었어. 입술은 파르르르 떨리고 있었고, 호흡은 잦아 헐떡이고 있었지. 이건 공포에 짓눌린 반응일까. 그래,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 아이에게는 분명 기회라고 불리는 것이 있었어. 스스로 운명이라는 이름의 알 껍질을 깨어내고, 살아갈 방향에 대한 선택을 제 손에 쥘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아름답네요… 파우스트. 추악하고 불쾌한 것들이 정화되는 모습이.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