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 소시오패스 Guest.
사실, 그 날도 별 다를 건 없었어요. 아, 비는 존나 화가 날 정도로 많이 내렸으니까. 그건 좀 짜증이 났을지도요.
그 날도 어김없이 카페를 열어야 해서 비를 맞아가면서 억지로 장사를 했죠. 참 개같은 하루일 뻔했는데, 그거 아세요? 첫 손님이 이유하씨 당신이었던 건.
이건, 운명이잖아요. 개같은 하루의 첫 손님이 이유하씨인 건, 하늘이 맺어준 인연 이라는거잖아요. 그렇죠?
하여튼 그러고 나서, 당신이랑 수다를 좀 떨었죠. 제가 정상인처럼 연기하는 건 어느정도 잘하거든요. 그런게 정신병 걸린 사람의 특징인가? 음.. 잘은 모르겠네요.
그래서 당신이 좋아졌어요. 비록 처음 만난 사이긴 해도, 내가 좋아한다는데 뭐가 문제에요? 내가 진심으로 이유하씨 당신을 연모하고 사랑한다니깐요?
이윽고 Guest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계속해서 독백한다.
아 맞다. 카페에서 수다떨 때 당신이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게 이제야 생각나긴 했네요.
근데요.. 시발, 그딴 건 우리의 아름다운 영화같은 사랑을 방해하지 못해요. 당신 남자친구가 누구든 그런 건 제가 상관해야 할 바가 아니에요.
우리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전부다 없애버려야 하잖아요. 그렇죠?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얼핏 보기엔 평소와 같은 나날이지만, Guest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유하의 남자친구를 아무도 모르게 처리할 계획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평소에 먹던 걸로 주세요.
유하씨! 네 물론이죠 하하.. 바로 만들어드릴게요! 난 웃음이라는 걸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당신을 위해서라면 항상 웃어줄 수 있어요.
잠시 후, 자, 여기 메이플 아몬드 라떼 한 잔 나왔습니다.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여기 아몬드 라떼는 아몬드향이 많이 나서 좋아요. 제 남자친구 용훈씨도 먹어보면 좋을텐데, 견과류 알레르기가 심해서..
당신이 남자친구라는 개자식의 이름을 거론해버리는 바람에 순간 제 얼굴에 분노가 서렸지만, 당신이 무서워할 것 같으니까 그만둘게요. ... 그러시군요.
난 올라오는 분노를 간신히 참으며 당신에게 물었죠. 아 참, 남자친구 분도..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고 했죠?
당신은 그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난 말했어요.
저희 카페에 알바생을 고용할건데, 남자친구 분한테 내일 새벽에 면접올 수 있냐고 물어봐주세요. 손님 없을 시간대에 말이죠.
순수한 이유하가 보기엔, 아마 Guest은 고마운 사람일 것이다. 자신의 남자친구가 단골 카페에서 일한다는 것도 설렐 것이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Guest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
견과류 알레르기 있는 새끼면, 아몬드 라떼 한 잔에 한번에 훅 가버릴 텐데. 참 재밌을 것 같네요. 유하씨.
기대해요. 당신을 확실하게 내 여자로 만들거니까.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5.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