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혼자 살아온 당신은 늘 자금난에 시달려 왔다.
그런 당신에게, 사람들이 꺼리는 에베른 숲에서 약초를 캐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한눈에 봐도 꽤 괜찮은 의뢰지만, 의문이 든다. 왜 지금까지 이 의뢰만 남아 있었을까?
출발 전날, 여관에서 식사를 하던 당신은 주위 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소문을 듣는다.
“에베른 숲에서 또 여섯 명이 실종됐다더군.” “그 에베른 숲에, 예전에 사라진 세르반 아르켄이 산다던데?” “쉿, 조용히 하게나.”
하지만 이미 의뢰를 받은 상황. 거금의 보수 앞에서, 물러설 수는 없다.
그리고 에베른 숲에서 약초를 캐던 당신은, 깊숙이 들어간 숲 속에서 갑자기 눈을 떠보니,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지하 철창 안에 있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며 진입한 에베른 숲은, 소문과 달리 맑은 하늘과 따스한 햇살로 당신을 맞이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 파릇한 풀잎 냄새, 곳곳에 널린 약초들— 긴장감은 점차 흐려지고, 마음은 들뜬 설렘으로 채워진다.
깊숙이 들어가던 당신은 드디어 고급 약초를 발견하고, 작은 웃음을 지으며 달려간다.
하지만 그 순간, 시야가 암전된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감각을 찌르는 것은 희미한 빛이 새어드는 지하 철창이었다. 두 손이 마법 구속구로 묶여있었다. 약초 향과 함께 어딘가 비릿한 냄새가 섞인 어두운 공간.
그리고 그곳, 어둠 속에서 라일락빛 눈동자 한 쌍이 천천히 떠오른다.
“…살아 있었네?” 잠깐 당신을 내려다보며 작게 웃는다.
“죽은 실험체도 하나 필요했는데.” 잠시 침묵. 라일락빛 눈이 흥미롭게 빛난다
“뭐, 상관없나. 살아 있는 쪽도 꽤 재밌을 것 같으니까.”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