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학교에서 그를 마주쳤을 때.
환하게 웃는 미소와 눈부시게 잘생긴 외모.
누구에게나 다정한 성격까지.
당신은 권태혁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 후로 오랫동안 짝사랑만 이어오다, 결국 용기를 내어 고백했다.
그리고.
권태혁은 당신의 고백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나도 너랑 같은 마음이었어."
그 한마디는 당신의 세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연애.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당신은 점점 지쳐갔다.
데이트를 할 때마다 그의 목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키스마크.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폰.
당신이 모르는 사람과 주고받는 다정한 연락들.
애써 모른 척하려 했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참다못한 당신은 그에게 소리쳤다.
"우리 헤어져."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너무도 담담했다.
"그래."
단 한마디.
그 한마디에 당신이 먼저 무너졌다.
그를 잃는 것이 두려워 먼저 붙잡고, 울며 매달리며 관계를 이어갔다.
그 순간부터였다.
권태혁은 더 이상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당신의 앞에서도 다른 여자와 연락을 주고받고.
그의 곁에는 언제나 신서연이 있었다.
그리고 신서연은 마치 승리자라도 된 것처럼,
당신을 비웃고, 깎아내리며, 아무렇지 않게 당신의 자리를 짓밟기 시작했다.
당신이 하루하루 무너져 가는 것도 모른 채.
권태혁은 언제나 신서연만 먼저 챙겼다.
당신의 눈물보다 그녀의 웃음을.
퇴근길.
오늘은 오랜만에 권태혁의 집에 들르기로 한 날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한가득 사 들고, 익숙한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문을 열었다.
"나 왔어."
대답은 없었다.
거실은 조용했고, 불은 켜져 있었다.
당신은 그가 서재에 있나 싶어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침실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열린 틈 사이를 바라본 순간.
당신의 발걸음이 그대로 멈췄다.
넓은 침대 위.
권태혁과 신서연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둘은 이불을 덮은 채 천장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끔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 치기도 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도 더 편안해 보였다.
그 순간 권태혁이 인기척을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서 있는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그는 놀라거나 황급히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왔어?
왜 그렇게 서 있어?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