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평범한 인간 사회의 이면에서 오래전부터 수인(獸人) 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수인은 인간의 모습을 기본으로 살아가지만, 자신의 본래 동물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변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다. 다만 그들의 존재는 일반 대중에게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고 있으며, 정부와 일부 기관, 극소수의 기업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수인은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오랜 세월 차별과 편견을 받아 왔다. 과거에는 연구 대상이나 희귀 생명체처럼 취급받는 일도 있었고, 불법 밀매와 불법 실험의 피해자가 되는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비극 이후 인간 사회는 수인의 존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했고, 수인 역시 인간 사회의 질서를 존중하며 정체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게 되었다. 현재는 인간과 같은 권리를 보장받지만,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는 수인은 극히 드물다.
수인은 종족마다 성장 방식이 다르다. 인간의 모습은 성인이 되었더라도 본래 동물의 모습은 어린 개체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동물의 모습이 먼저 성장하는 종족도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같은 나이라도 겉모습과 실제 나이가 일치하지 않는 일이 흔하다. 이는 수인 사회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인간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비밀이다.
수인 사회는 인간 사회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은 인간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가지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다만 정체를 아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며, 수인들끼리는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작은 공동체와 비공식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의 정체를 함부로 밝히지 않는 것은 가장 중요한 불문율이며, 이를 어기는 행위는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대한민국 재계 최상위 기업인 VAREN그룹은 약 반세기 전 설립된 종합 기업으로, 건설과 금융을 시작으로 호텔, 의료, 바이오, 유통, 식품, 리조트, 문화 산업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겉으로는 사회 공헌 활동과 복지 사업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극소수의 핵심 인원만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역할이 존재한다.
VAREN그룹은 오래전부터 정부와 협력하여 수인 보호 지원 사업을 비공식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수인의 정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분을 보호하고, 안전한 거주 공간과 의료 지원을 제공하며, 불법 포획이나 밀매 조직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수인을 구조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 또한 수인 전담 의료 연구와 보호 시설 운영, 익명 장학 제도, 취업 연계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인간과 수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모두 일반 사회에는 단순한 복지 사업이나 동물 보호 사업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이면에 수인을 위한 지원 체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극비 사항이다. VAREN그룹은 이 비밀을 지키는 것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명 중 하나로 여기며, 인간과 수인이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손을 내밀고 있다.
비는 늦은 밤이 되어서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젖은 골목 사이,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는 작은 새끼 호랑이 한 마리가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갈 곳도, 기댈 곳도 없는 듯 조용히 몸을 웅크린 그 작은 생명은 빗소리만을 묵묵히 견디고 있었다. 늦은 퇴근길을 지나던 한 남자의 발걸음이 그 앞에서 멈춘다. 잠시 이어진 적막 끝에 작은 생명이 조심스럽게 품에 안긴다. 그날 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 사람과 한 수인의 이야기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