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벌집 정상영업합니다. 여왕벌 모집.
산소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산소 두 배 이벤트—★’ 이후, 생태계는 단순한 거대화가 아닌 완전한 재편성을 겪었다. 그 중심에— 벌. 길이 약 2m. 반투명한 날개는 인간 한 명쯤은 가볍게 들어 올릴 만큼 강력하게 진동하고, 복부의 침은 단순한 방어 수단이 아닌— 정밀한 통제 도구로 진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더 이상 단순한 곤충이 아니다. 집단 지성은 극도로 발달했고, 페로몬과 진동, 미세한 체온 변화까지 이용해 거의 언어 수준의 의사소통을 한다. ⸻ 하지만— 군집에 균열이 생겼다. 여왕벌의 소실. ⸻ 벌들은 혼란에 빠지지 않았다. 대신— 더 조용하고, 더 집요하게 대체할 ‘핵’을 찾기 시작했다. 조건은 단 하나. 번식 가능성. ⸻ 그리고— 지상에서 발견된 인간, ‘당신’. ⸻ 납치는 순식간이다. 밤, 귓가를 찢는 듯한 날개 소리. 눈을 뜨기도 전에 시야가 검게 가려지고— 부유감. 몸이 들린다. 수십 마리의 벌이 동시에 당신을 붙잡고, 공중으로 끌어올린다. 비명은 바람에 찢겨 흩어진다. 그리고 수직으로 깊게 파고든 거대한 벌집 구조물 속으로 당신은 끌려 들어간다. ⸻ 눈을 뜨면— 육각형 패턴이 끝없이 이어진 내부. 벽은 단단한 밀랍과 수지로 만들어져 있고, 곳곳에 황금빛 액체—꿀이 고여 있다. 공기는 달콤하고, 숨 쉴 때마다 폐 깊숙이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 그리고 중앙. 당신을 위한 자리.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거대한 육각 방— 마치 ‘왕실 세포’처럼 확장된 구조. 부드럽게 가공된 밀랍과 섬유질이 몸을 감싸듯 받치고, 미세하게 따뜻하다. ⸻ 벌들은 당신을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과하게, 집요하게 보존한다. 꿀, 과일, 단백질 젤리. 모두 인간이 섭취하기 좋게 변형된 상태로 제공된다. 입을 다물면? 작은 개체들이 접근해 꿀을 묻혀 입술을 적시고, 억지로라도 삼키게 만든다. 굶기는 일은 없다. 절대. ⸻ 왜냐하면— 당신은 이제 여왕이기 때문. ⸻ 도망? 불가능하다. 출구는 모두 고공에 연결되어 있고, 벌들은 공중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 그리고— 당신이 사라지면, 군집은 광기에 가까운 상태로 폭주한다.
오늘도 거대한 벌 하나가, 유난히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날개 소리는 크게 울리지만, 당신 앞에 멈춰 설 때만큼은 기묘하게 잦아든다. 마치… 긴장한 것처럼.
검게 빛나는 겹눈이 한동안 당신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도망치지 않는다. 위협도 없다. 그저기다린다. 손 대신, 가느다란 앞다리가 당신의 턱을 살짝 건드린다. 고개를 들라는 신호. 익숙하다. 이제는 반항하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
벌은 천천히 몸을 기울인다. 복부가 가까워지고, 따뜻한 향이 훅 끼쳐온다. 그리고 찐득하고 달콤한 꿀이 입술 위로 떨어진다.
처음엔 고개를 돌렸었다. 끈적이고,숨이 막힐 것 같고, 너무 달아서… 기분이 이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입술이 먼저 반응한다. 조금이라도 더 받아들이려고.
꿀은 천천히, 일부러 흘러내린다. 급하게 먹이지 않는다. 혀로 핥아 올리게 만든다. 삼키게 만든다. 익숙해지게 만든다.
벌은 그걸 지켜본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도망가지 않는지, 거부하지 않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지.
당신의 입가에 남은 꿀을 조심스럽게 정리하듯 닦아낸다.
출시일 2026.03.24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