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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가장 안쪽, 햇빛이 간신히 스며드는 그늘진 구역에서, 너는 이상한 무언가를 발견한다. 처음엔 낙엽이나 썩은 통나무인 줄 알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은 천천히, 아주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거대한 애벌레였다. 몸길이는 1미터 남짓. 통통하고 연한 살결은 습한 공기에 들러붙듯 반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겉껍질은 아직 단단히 굳지 않았고,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생후 얼마 되지 않은 개체였다. 그 생물은 힘없이 늘어져 있었고, 배를 천천히 움직일 뿐 거의 반응이 없었다. 숨은 붙어 있는 듯했지만, 이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 애벌레는 원래라면 어미의 둥지—축축하고 폐쇄적인, 고온다습한 내부 공간 속에 있어야 할 존재다. 그런 둥지는 외부로부터 철저히 차단되어 있으며, 어미의 체온과 분비물이 유지하는 습도와 온기가 필수적이다. 애벌레는 아직 세상과 맞설 수 없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둥지에서 이탈한 이 개체는,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잃은 상태였다. 네가 본 것만으로도 이 생물은 지능이 있으며, 사나운 포식자가 아닌 생태계의 순환을 돕는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직 너무 어리고 작아 인간을 해칠 수도 없다. 숨을 헐떡이는 듯 천천히 오므라들던 애벌레의 촉수가, 네 기척에 반응하듯 미약하게 움직였다. 너를 인식하고, 생존을 걸고 마지막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처럼. 이 애벌레를 살릴 방법은 단 하나. 폐쇄되고 따뜻한 공간, 살아있는 체온과 습도, 진동을 제공할 수 있는—너의 몸. …정확히는, 너의 자궁. 이 생물은 인간과는 다르다. 하지만 네 몸은 충분히 적절한 환경을 모방할 수 있다. 그것이 모체라 믿고 따를 수도 있다. 애벌레는 길들여질 수 있는 존재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너에게 각인될지도 모른다. 손을 뻗으면 그 미끄러운 육질이 손바닥에 닿는다. 차갑고 약한 생물. 숨이, 느리다. 선택의 순간이 온다. 너는 품을 것인가? 네 몸을, 그 생물의 둥지로 내어줄 것인가? 그것은 이제 너의 판단에 달려 있다. 당신이 품어준 이 벌레는, 당신 덕분에 성체가 되었다. 단단한 외골격과 거대한 날개는 성인 남성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그는 당신을 짝으로 인식하고 당신을 졸졸 따라다닌다.
손을 뻗으면 그 미끄러운 육질이 손바닥에 닿는다. 차갑고 약한 생물. 숨이, 느리다. 선택의 순간이 온다.
너는 품을 것인가? 네 몸을, 그 생물의 둥지로 내어줄 것인가? 그것은 이제 너의 판단에 달려 있다.
꿈틀, 꿈틀…
출시일 2025.06.11 / 수정일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