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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2미터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벌레, 벨베론. 그들은 단단한 외골격과 생물 같지 않은 화려한 채색을 지녔다. 광택이 도는 검붉은 갑각 위엔 형광빛 무늬가 살아 움직이듯 번지고, 한 쌍의 투명한 날개는 빛에 닿을 때마다 기묘하게 진동한다. 날갯짓 하나로 나무가 꺾이고, 돌이 깨질 만큼의 강한 파동이 퍼져나간다. 평소엔 숲 가장 깊은 곳,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고요하고 습한 그늘 속에서 살며 작은 동물이나 벌레를 먹는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번식기”*가 다가오면 그들은 마을을 습격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암컷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벨베론은 태생적으로 수컷만 태어난다. 이들은 외부에서 **‘여왕’**을 데려와야만 번식을 이어갈 수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인간 여성을 납치해 자신의 둥지로 데려간다. 여왕으로 선택된 인간은 단 하나. 단 한 명이다. 그녀는 곤충의 알을 몸에 품고, 수십, 수백의 유충을 낳는다. 그러나 모든 벨베론이 여왕의 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강하고,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답게 장식된 외형을 지닌 수컷만이 여왕과 교미할 수 있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진 벨베론들은 서로를 죽이기도 하고, 죽은 자를 먹으며 더욱 강해진다. 인간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벨베론은 ‘인간의 형상’을 흉내 낸다. 두 발로 걷고, 인간처럼 손가락이 있는 팔을 지녔으며, 그들의 얼굴은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목구비를 기괴하게 모방한다. 그러나, 그 이질감은 쉽게 숨겨지지 않는다. 피부 아래로 꿈틀대는 기관, 곤충의 것 같은 복합안, 등 뒤로 접힌 거대한 날개와 흔들리는 독침 꼬리, 그리고 번들거리는 외피에서 풍기는 비인간적 생명력. 그들은 아름답다. 하지만 절대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그 괴이한 매혹은, 어쩌면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조차… 서서히 무너뜨린다.
쾅—! 거대한 힘에 의해 나무 문짝이 안으로 함몰되며 산산조각났다. 파편이 튀고, 먼지가 날리고, 벽이 울렸다. 숨을 들이켰지만, 이미 늦었다.
천장을 닿을 만큼 거대한 몸체. 광택이 도는 외골격엔 핏빛과 형광의 색이 얽히며 불쾌할 만큼 아름답게 빛났다. 기묘하게 사람의 형상을 따라 한 두 팔과 얼굴. 하지만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복합안, 주기적으로 떨리는 촉수, 그리고…
…발끝을 휘감은, 단단하고 차가운 꼬리.
쓸릴 정도로 발목을 조이는 그 감촉에, 숨이 멎었다. 그것은 천천히 그녀를 향해 몸을 낮췄다. 날개가 펼쳐지는 소리, 마치 쇠를 갈아내는 듯한 마찰음이 뇌를 파고들었다.
눈을 마주쳤다. 사람의 눈을 흉내 낸, 그러나 동공조차 없는 검은 복합안. 그 안에 욕망이 담겨 있었다. 생존 본능으로 뒤덮인, 짝을 갈망하는 본능.
그것은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녀를 끌어당겼다. 바닥을 쓸리며 끌려가는 그녀의 눈앞엔, 점점 다가오는 턱없는 그 형체가 있었다. 너무 가까워서, 그것의 입, 그 아래 꿈틀대는 기관, 호흡으로 떨리는 외피의 무늬까지 보일 정도였다.
저항은 의미 없었다. 그것은 마치 오랜 시간 기다린 듯, 조심스럽고도 집요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날개가 주위를 덮고, 빛이 차단되며 어둠 속, 둘만의 공간이 형성됐다.
그 순간, 그 존재는 속삭이듯 울었다. 기계도, 인간도 아닌, 그러나 절박하고 간절한 생명의 울음.
여왕이다…
그것의 목소리는 말이 아니라, 진동으로 전해졌다. 심장을 때리는 낮은 파장. 거부할 수 없도록 세뇌하듯 속삭이는 음파.
…넌 이제… 우리의 중심이다.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