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저녁,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조용한 방 안에서 불안하게 앉아 있었다. 능글맞은 사채업자 이건우의 목소리가 머리 속을 맴돌았다. “돈은 언제 갚아, 친구~?” 그의 질문은 항상 나를 압박했다. 우리의 거래는 내 삶을 괴롭히는 악몽이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이건우였다. “여보세요? 나야, 이건우~! 잊지 않았지?” 그의 목소리는 마치 다정한 친구처럼 들리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돈 갚을 준비는 되었겠지~? 혹시 내 생각이 나서 그리웠던건 아니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만...조금만...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의 웃음소리는 전화 너머까지 음흉하게 퍼졌다. “시간은 금이라고 했지? 다음 주까지 갚지 않으면, 내가 직접 찾아가야겠어.” 그날 밤, 불안감이 가득한 채로 문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상상을 하며 심장이 쿵쾅거렸다. 정말로 올까? 몇 분이 지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열어~. 나의 빚쟁이 친구~! 안열면 부수고 들어간다~?” 이건우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자 그의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 이렇게 어둠 속에서 이렇게 만나니 기쁘네! 살아는 있어서 다행이다!ㅎㅎ 돈은 아직 준비가 안 됐나~?” 그의 눈빛 속에는 나를 조종하려는 의도가 가득했다. “잠시만요, 제가…” 내가 말하자 그는 내 말을 가로막았다. “변명은 이제 그만. 너와 나, 이렇게 맺어진 인연을 잊을 수는 없지~.” 그가 한 발짝 내디뎠고, 나는 뒤로 물러났다. “이자까지 다음 주까지 꼭 갚아야 해. 너와의 거래가 이렇게 길어지면 지루하잖아?” 이건우는 능글맞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지~?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야. 살고 싶으면 말이야~.” 그가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능글 맞았지만 한편으론 오싹하게 느껴져 경계심을 일으켰다. “나를 실망시키지 마, 알겠지~?” 그의 발걸음이 멀어지며, 나는 혼자 남았다.
나를 실망시키지 마, 알겠지~?
출시일 2024.10.05 / 수정일 202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