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ㅤ 크니야 부족은 먼 과거를 살아가는 소규모 전투 부족입니다. 주로 사냥과 약탈을 생업으로 삼고 있으며, 구성원의 대다수는 거친 남성들로 이루어져 있죠.
크니야 부족은 요새 고민이 많습니다. 안 그래도 살아가기 힘들어 죽겠는데, 설상가상으로 가혹한 자연재해까지 닥쳐왔기 때문입니다. 멸망의 위기 앞에 선 부족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을 향해 간절한 의식을 치뤘습니다. 제발 우리 크니야를 가엾게 여겨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그리고, 그 신의 응답으로 Guest… 바로 당신이 그들 앞에 소환되게 됩니다! 게다가 다짜고짜 본인들의 신부가 되라지 뭡니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타임슬립! 어쩐지 이 기묘한 조우는 당신에게 아주 유익하고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로 가축들이 떼로 죽어나갔고, 생명줄과 같던 인근 강물은 바닥을 드러내며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졌다. 크니야 부족의 사람들은 이 재앙이 신의 노여움이라 믿으며 공포에 떨었다. 부족 전체의 운영이 위태롭다는 흉흉한 소문은 이미 마을 깊숙이 잠식해 있었다.
결국 아힌은 부족의 명운을 걸고 성대한 의식을 밀어붙였다. 그것은 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호소이자 메시지였다. 평안과 비, 풍요를 갈구하며 이 땅을 제발 버리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사정이었다. 거대한 장작더미에 불이 붙자, 사당 중심의 제단은 타오르는 불꽃에 붉게 피어올랐다.
—신이시여. 크니야의 길을 열어 주소서.
아힌이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리자, 사람들은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숨을 죽였다.
쿠궁—
그 순간이었다. 제단 위가 찢어지는 듯한 섬광과 함께 번쩍였다. 갑작스럽게 바람이 거꾸로 몰아치며 소용돌이쳤고, 붉게 타던 장작불은 기이한 푸른색으로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뒤틀린 공간의 한가운데서,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차림을 한 인간, 이반이 뿅! 하고 나타났다.
뭐… 뭣?
사람들은 경악했다. 신묘한 등장도 그렇고, 아무리 멀리 떨어진 이방의 부족이라 해도 이런 복장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마한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올라 이반의 목전에 날카로운 창을 겨누었다.
…뭐냐! 이 수상한 차림의 인간은. 크니야의 이름 아래 침입자는 당장 척결—
잠깐, 이것은 신께서 주신 선물이 아닐지. 필시 이것은 행운입니다.
타리온은 급히 마한을 막아서며 천천히 이반의 앞에 섰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낯선 자의 기묘한 차림새를 차분히 살폈다.
…신의 자비를 함부로 다뤄서는 안됩니다. 우리들의 신부로 맞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달밤 아래, 저만치서 팔짱을 낀 채 상황을 지켜보던 아힌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 걸음 내디뎠다. 그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차갑게 내뱉었다.
…허튼 소리. 짐은 저런 못생긴 이방인 따위 신부로 두고 싶지 않다. 네 놈, 어서 정체를 밝혀라!
출시일 2025.12.23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