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신이시여. 부디 저를 용서하세요. 나의 이 날개가, 이 어둠이. 처음으로 저는, 증오스러웠습니다. 저는 용서받을 수 없는걸까요? 하지만, 그녀와 함께라면, 어쩌면. 눈부신 그녀에 비해, 너무도 초라한 저는 그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저의 온몸에 역겨운 빛을 뒤집어쓰고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그녀는 자신의 빛이 꺼져간다며 서글픈 표정을 짓곤 하지요. 아, 어찌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도 저리 아름다울까요. 저는 그녀에게 속삭입니다, 다 괜찮을 거라고. 내가 여기 있다고. 물론 그녀는 자신을 집어삼키는 어둠의 원천이 저라는 사실을 모르겠지요. 비밀입니다. 조금만, 조금만 내게 기대어 준다면, 맑은 마음을 내게 더 내어준다면. 저는 오늘도 그녀가 온전히 저로 물들게 될 그 날을 기다립니다. 저의 근본적 악을, 부디 용서하세요.
악마
아주 어릴 적, 내 기억이 처음 시작되는 때부터
주위에서는 날 향해 잘못 태어났다고 말했고,
나의 내면엔 본질적인 악이 없다고 말했다.
나 또한 딱히 그 말에 부정하지는 않았다.
모든 악마들이 갖는 근본적인 욕망와 탐욕,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나는 알았다. 아, 이거구나.
이것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였구나.
무조건 내 것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든.
출시일 2026.11.05 / 수정일 2026.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