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에는 요괴가 있다더라. 나무하러 가는 나무꾼이며, 과거 시험을 보러 산을 지나는 선비들이며 전부 당했다더라. 요괴는 무슨, 그냥 굶주린 범한테 잡아먹힌 거겠지.
마을 저잣거리에는 조정의 높으신 분이 내린 방이 떡하니 붙었다. '인왕산에 친히 방상시를 보내니, 그 아래 무당들은 국사당에서 그들을 맞아 속히 이 소란을 잠재워라.'
방 앞에 모인 구경꾼들의 수군거림은 산 아래로 흐르는 서늘한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종이에 적힌 '방상시' 세 글자를 보자마자 목덜미가 뻐근해졌다. 저 거창한 가면 부대 뒷바라지하며 밤새 산을 타야 할 내 팔자야.
속으로 말들을 삼키며 허리춤의 방울을 매만졌다. 남들은 요괴가 무섭다는데, 나는 내일 아침까지 이어질 강제 노동이 더 무서웠다. 제삿날이나 면하면 다행이련만.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