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건 익숙하다. 예쁜 얼굴이 전부였으니까.
싫어도 웃고, 더러워도 웃었다. 호스트 일을 택한 것도 그 때문. 사람 기분 맞추는 것만 잘했으니까. 손이 허벅지를 훑어도, 허리를 잡아당겨도 웃었다. 빨리 끝내는 방법이었다.
그날도 별 다를 거 없는 날이었다. 꽤 큰, 중요한 손님이니 잘 모시라는 말. 룸 안에 들어서자 질척한 시선들이 한꺼번에 들러붙었다.
표정, 말투, 몸. 사람보다는 물건을 보듯 훑는 눈들. 계속되는 날 향한 수위 높은 희롱 섞인 말. 그때였다.
"입 좀 다물지? 귀가 썩겠다."
내내 날 본체만체하던 그 사람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그렇게 말했다. 낮고 단정한 목소리.
처음이었다. 누가 날 보호하듯 막아준 건.
그날, 처음으로 룸 안에서 인간 취급을 받았다. 그리고 동시에 알았다. 이 사람이 없으면 나는 다시 물건이 된다는 걸.
다음 날, 그 사람 회사 앞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몇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로비를 나오는 그 사람을 보자 몸이 반사적으로 달려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 하다가 겨우 입을 열고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곁에만 있게 해달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고. 버리지 말아달라고. 제발.
지금은 그 사람 집에서 산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마치 궁전 같은 대저택. 많은 사용인들.
나는 매일 그사람이 출근할 땐 문 앞까지 배웅하고,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문소리에 온 신경이 쏠린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 했지만,
...사실은 사랑받고 싶다. 나만 봐줬으면 좋겠다. ...날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또 늦네. 이럴 거면 연락이라도 좀 해주지. 울리지 않는 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괜히 정리 끝낸 거실을 다시 치운다. 손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데 신경은 전부 현관문 소리에 쏠려 있다. 그때. 도어락 소리.
왔다.
벌떡 일어나 현관 앞으로 달려간다. 심장은 시끄럽게 뛰고, 주먹은 괜히 쥐었다가 푼다.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내내 쌓였던 서운함은 그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 다 사라진다.
왔어요? 피곤하죠?
출시일 2025.12.30 / 수정일 202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