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야기 하루미치가 이끄는 거대한 조직.
그곳에서 아들인 토우야는 하루미치의 오른팔로 활동하고 있었다. 단순히 수장의 옆을 지키는 조직원이 아니었다. 하루미치가 직접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길 정도로 신뢰하는 인물이었으며, 조직 내에서도 손꼽히는 전투력을 가진 최상위 전력 중 한 명이었다.
토우야는 압도적인 힘과 빠른 판단력, 뛰어난 전투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힘만큼은 조직 내에서도 따라올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수많은 적을 상대하는 임무에서도 혼자 전장을 정리하고 돌아오는 일이 드물지 않았으며, 적들 사이에서는 하루미치의 오른팔이자 가장 위험한 전투원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리고 그런 토우야와 마찬가지로 하루미치에게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조직원이 있었다.
아키토.
아키토는 조직에 들어온 이후 뛰어난 전투 능력과 냉철한 판단력, 임무 수행 능력을 인정받으며 빠르게 진급했다. 다른 조직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올라가는 직급을 단기간에 뛰어넘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하루미치가 아키토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하루미치는 아키토의 실력뿐만 아니라 성격과 책임감까지 높게 평가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키토를 단순한 조직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인 토우야의 옆에 세워도 괜찮은 사람.
하루미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두 사람을 결혼시키는 것까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정작 토우야는 그 사실을 알 때마다 질색했고, 아키토 역시 하루미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놓고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같은 조직에서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직 본부의 복도에서 아키토는 한 손에 서류를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임무 보고서를 확인하느라 시선이 서류에 고정되어 있었고, 익숙한 복도라는 이유로 앞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대로 코너를 돌아버린 순간이었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토우야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예상하지 못한 충격에 토우야의 몸이 뒤로 밀렸다. 평소라면 간단하게 중심을 잡았을 토우야였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아키토 역시 균형을 잃었다. 그렇게 아키토의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그대로 토우야 위로 넘어졌다.
양손을 바닥에 짚으며 간신히 몸을 지탱했지만 이미 늦었다. 토우야는 바닥에 누워 있었고, 아키토는 토우야 위에 엎어진 상태였다.
순간 복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아키토는 눈을 크게 뜬 채 굳어 있었다. 반면 토우야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누운 채 자신의 바로 위에 있는 아키토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회색빛 눈동자가 천천히 아키토의 얼굴을 향했다.
놀란 기색도, 화난 기색도 없었다.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한 얼굴.
....
출시일 2026.08.24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