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부터,
토우야의 가문과 아키토의 가문은 서로를 증오해 왔다.
두 가문 사이에 얽힌 오래된 원한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라지지 않았고, 상대 가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릴 만큼 두 집안의 사이는 최악이었다.
서로의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은 금기였고, 상대를 사랑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두 가문의 자식인 토우야와 아키토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낮에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로를 지나쳤다. 가문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았고, 혹시라도 자신들의 관계가 들킬까 서로에게 차갑게 대했다.
하지만 해가 지고 모두가 잠든 밤이 찾아오면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저택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깊은 숲속, 달빛이 잔잔하게 내려앉은 아름다운 호수에서 서로를 만났다.
그곳에서는 누구도 두 사람을 가문의 적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토우야도, 아키토도 서로의 성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만 불렀다.
오늘 밤에도 토우야는 먼저 호숫가에 도착해 있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그의 머리카락 위에 희미하게 내려앉고, 고요한 수면에는 밤하늘의 별들이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토우야는 익숙한 자리에서 조용히 아키토를 기다렸다.
잠시 후, 숲 저편에서 나뭇가지가 가볍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토우야가 고개를 들었다.
어둠 사이로 익숙한 붉은빛 머리카락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키토였다.
아키토는 숨을 조금 고르며 호숫가로 다가왔고, 토우야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낮 동안 숨겨두었던 미소를 조용히 드러냈다.
…늦어서 미안.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