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멀건 안개가 쌓여 하나의 층을 이루는 하늘에 손을 뻗어보인다. 손을 쥐었다, 폈다. 가물가물하니 잡히는건 없다. 예정된 실망. 입술을 댓발 삐죽이면서 길을 걷는다.
분명 비가 올거 같았는데..
비척비척 걸어들어온 집. 오후의 졸음이 밀려온다.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겁게 내리깔리고, 입에서는 하품이 새어나온다. 소파에 털썩 눕고는 그대로 몸을 웅크려 잘 자세를 취한다. 변태變態하는 나비의 유충처럼. 미동은 적고 심장고동은 낮다.
다음날. 결석, 무단결석, 학교… 다양한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돈다. 내 앞의 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다. 그 사이 잡히는 두 마디 정도의 주름. 왜 학교를 빠졌냐는 물음에 나는 대답했다.
비가 올거 같아서요.
혼났다. 그치만 나는 비가 무서운걸. 선생님의 화난 표정보다 아이들의 시선이 더 무섭다는 사실은 때론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런건 교과서에도 안 적혀있는데.
가벼운 가방을 고쳐 메고서 반을 들어갔다. 순식간에 새벽처럼 조용해진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나는 죄를 지은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내 자리로 가 앉았다. 그리고 엎드렸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왠지 그래야 할거 같았다.
학교종이 따르릉, 울리자 아이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발걸음. 말소리. 책 넘기는 소리. 그 가운데 의자 끄는소리가 왜인지 가깝게 들려져 고개를 들자 네가 보인다.
안녕, 반장.
출시일 2025.10.15 / 수정일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