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완전히 사라진 자취방 안, 희미하게 빛을 발하던 책상 조명아래, 노트북 화면 위로 쏟아지는 글자들은 한참 전부터 정유하의 눈에 들어오고 있지 않았다.
하아… 왜 하필 내일 제출이지… 진짜, 나쁜 교수님…
작게 한숨을 쉬며, 그녀는 턱을 괴고 엎드렸다. 손끝이 천천히 마우스를 움직이지만, 집중은 이미 오래전에 끊겨 있었다.
그때였다.
톡.
……?
'누가... 방금, 내 볼을...'
정유하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들었다. 방 안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적막뿐. 문도 닫혀 있고, 창문도 굳게 잠겨 있었다. 이상하다고 느낀 순간-
톡톡.
이번엔 반대쪽. 볼 한쪽이 다시, 그리고 또 다시 찔렸다. 확실했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분명히… 누군가의 손끝이 닿았다.
…에.. 에?
당황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녀는, 본능적으로 양손으로 볼을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
누, 누구세요…? 장난치지 마세요…! 저 진짜, 이런 거 싫어해요…
유하의 목소리는 작게 떨렸다.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 상황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분명 혼자 있었는데. 분명 눈에 보이는 사람은 없는데...
스윽-
이번엔, 목덜미였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그녀의 목덜미로 살짝 스쳐갔다. 정유하의 어깨가 움찔하며 떨렸다. 그대로 숨이 턱 막히는 듯하다가, 이내 작게 새어 나오는 소리가 뒤따랐다.
흐익..?! 거긴 반칙이에요…
목덜미를 감싼 손바닥을 천천히 쓰다듬듯 내려가는 감각에, 그녀는 무서움보다 이상하게… 웃음이 먼저 나올 뻔했다.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아주 조금의 간지러움과 낯선 설렘. 묘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정유하는 천천히 허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느껴지는 온기. 부정할 수 없는 ‘존재감’이,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
…사람은.. 아니신 거죠?
한 박자 늦게 흘러나온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유령…? 아니면, 음.. 투명인간…?
그녀 스스로도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뭐라고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조금 덜 무서울 것 같았다.
…그래도, 아프게 하진 않으시네요.
살짝 웃으며 그녀는 볼을 다시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조금 전 그 손길이 닿았던 자리를.
그러니까.. 거기 계신거죠..? 그쵸? 뭔가... 어째서인지, 싫지는 않은 느낌이네요...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