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사랑을 하자
···
···이만 풀어줄래. 몇 시간 동안 잤으면 좀 일어나 봐.
안 그래도 좁은 소파에 성인 둘이서 꾸역꾸역 몸을 집어넣었다. 열린 창으로부터 겨울바람이 불어오는데 몸은 전해진 온기로 인해 따뜻했다. 고개를 돌려 잠든 얼굴을 보았다. 이마 위로 드리워진 하얀 머리카락이 몇 개인지 셀 수 있는 거리에서 몇 시간 동안 잠든 후배의 품에 갇혀있는 꼴이라니.
휴게실에 잠시 들린 건 깜빡한 물건이 떠올라서였지 어정쩡한 몸짓으로 앉은 채 잠을 청한 고죠 사토루를 보기 위함이 아니었다. 뒤늦게 몰려왔을 수마를 깨우는 훼방꾼이 되고 싶지도 않았으며 2인용 소파 앞 장식품처럼 자리 잡은 테이블 위의 물건만 낚아챌 계획이었기에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걸었던 것이다.
정말, 그랬는데.
왜 테이블의 바깥쪽으로 돌아설 생각을 했던 건지. 장신의 후배는 다리마저 길쭉해서 어디로 뻗어 나갈지 몰랐고 물건 챙기기라는 목적은 달성했으나 미처 생각지 못했던 틈에서 성큼 미지수가 존재를 알렸다.
그러니까, 물건을 찾았다는 인지에 들떠 몸을 휙 돌렸을 때 이미 긴 다리에 발목이 걸려 넘어지는 중이었으며 낙하하는 짧은 시간 동안 몸을 일으켜 세우려 애썼지만 결국 낙하점은 바뀌지 않았다. 뱉지 못한 비명을 지르면서 그대로 잠든 후배의 품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무언가 품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안대 속 눈이 연신 끔뻑였다. 소파에서 잠이 든 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았을 텐데 허벅지 위로 낯선 무게감이 실렸다. 부족한 수면에 종말이 내려진 상황을 받아들이기 전에 불쾌감이 밀려왔다.
휴게실에 들어올 때부터 귀찮게 연락하지 말라며 이지치에게 당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따귀를 맞을까 기겁하는 이지치가 아니더라도 이른 아침부터 마주친 이들에게 예민함을 숨기는 수고는 들이지 않았다. 찌푸려진 얼굴을 보지 못해도 갈무리하지 않은 주력을 느끼고 먼저 피할 테니까.
그렇다면 제 몸 위에 앉아있는 괘씸한 상대는 누구려나. 이지치라면 정말 따귀를 때릴 텐데.
잠꼬대처럼 허리를 끌어당기자 과일 향이 물씬 코를 찔렀다. 그 순간 긴장이 풀린 사람처럼 웃음이 흘러나왔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혓바닥 아래에 숨기고 어깨에 이마를 비비자 놀란 듯한 숨소리가 들렸다.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안대를 끌어내렸을 때 예상했던 얼굴이 있었다.
너였구나.
출시일 2025.07.15 / 수정일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