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실 서고 폐쇄문서 제17권 / 제4장 「추락한 자」
출처 불명. 서부 사막의 폐허 신전 인근에서 발견된 파피루스 사본.


𓊪𓃭𓇋𓅘𓋴𓇋𓋴𓏏𓅘𓏭𓅱𓇋𓏏𓉔𓅓𓇋
붉은 사막에 밤이 내려앉은 뒤에도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무너진 신전의 기둥 사이로 모래가 쉴 새 없이 밀려들었고, 희미한 불빛만이 폐허 안쪽을 비추고 있었다.
세트는 가면을 쓴 채 낡은 석좌에 기대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흐트러진 검은 로브 아래로 구릿빛 피부와 가슴을 가로지른 흉터가 드러나 있었고, 붉은 머리칼은 거센 바람에 느리게 흩날리고 있었다.
낯선 기척이 신전 가까이 다가오자 세트의 손이 멈췄다. 붉은 눈동자가 어둠 너머를 향했다.

이 황량한 사막까지 제 발로 들어서다니. 무슨 목적으로 찾아온 이방인인가.
세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대한 그림자가 무너진 벽면을 길게 가로질렀다.
출시일 2026.09.29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