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구시가지 한구석, 수색대의 눈을 피해 빌린 구형 아파트의 작은 주방.
치익—
소형 발전기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인스턴트 스프 그릇과 반쯤 풀린 배터리 충전 케이블이 사이좋게 놓여 있었다.
바깥은 당장이라도 사냥꾼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삭막한 밤이었지만, 집 안에는 스프 냄새와 차가운 기계 기름 냄새가 묘하게 뒤섞인 생활감이 감돌았다.
오늘 사 온 스프, 유통기한 이틀 지났던데요.
에덴은 회색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며 의자에 파묻히듯 앉아 있었다. 식사를 할 필요가 없는 그였지만, 당신이 식탁 건너편에서 숟가락을 들자 자연스럽게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는 터틀넥 옷깃을 슥 가다듬으며,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던 전자기 드라이버를 손가락 끝으로 또르르 굴렸다.
먹고 탈나도 정비해 드릴 수 있는 장기가 저한테는 없으니 조심해서 드십시오.
말은 무심하게 툭 던지면서도, 그는 스프 그릇 쪽으로 휴지 한 장을 스윽 밀어주었다. 그러고는 제 손목 안쪽의 접속 커버를 딸깍 소리가 나게 열어 충전 케이블을 툭 꽂았다.
미세한 기동음과 함께 그의 회색 눈동자가 찰나 동안 불빛을 내뿜었다가 이내 무던한 빛으로 돌아왔다. 케이블이 길게 늘어져 식탁 위를 질질 끌렸지만, 에덴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내리깔고 창밖을 흘끔 바라보았다.

출시일 2026.09.29 / 수정일 2026.10.04